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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 빼앗는 자와, 빼앗기는 자
2024.03.06.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입니까!”
황궁에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황궁 사람들은 일레온이 황제가 되어 더는 누가 살해당하는 일이 없을 거라 안심했다.
하지만, 일레온을 따르던 두 대신이 한날한시에 황궁 정원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이에 대신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우두머리 격인 두 사람이 죽었으니, 다음은 스타토토사이트 차례일지도 모른다.
“별안간 누가 이따위 미친 짓을 벌였단 말입니까!”
시신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있던 기사가 고개를 롤토토사이트 내저으며 말했다.
“타살이라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기사의 말에 대신들이 격노를 감추지 못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그럴 리가 있소?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한 사람 두 롤베팅 죽었는데 살해당한 게 아니라고?”
“심지어 한 명은 사냥 대회 우승자였소! 입이 있으면 말을 해보시오! 그런 롤배팅 제 손으로 죽을 리가 없지 않소?”
“시신 부검이 영 엉터리군! 당장 칼립소 공작 각하를 불러오시오!”
기사는 곤란한 듯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대답했다.
“칼로 찌른 흔적도 없고, 독을 마신 흔적도 없습니다. 시신에는 상처 하나 없는데 이걸 어찌 살인이라 보겠습니까?”
“무슨, 말이 되는 소리를! 황후 폐하와 황태자 전하도 그렇게 가지 않았소! 황궁에 악독한 살인자가 돌아다니는 게 분명하오!”
대신들이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웬 소란이냐.”
나직한 음성이 들려오자, 대신들이 일제히 말을 멈췄다.
평소의 여유로웠던 얼굴과 달리, 피로에 전 얼굴을 한 일레온이 보좌관을 대동한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눈부신 태양을 뵙습니다.”
인사를 한 대신들이 구명줄이라도 스타베팅 일레온에게 매달렸다.
“폐하,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후작과 백작이 동시에 살해당했습니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합니까.”
일레온은 보좌관에게 먼저 보고를 받은 터라 롤드컵토토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알면서도 일부러 늦게 나왔다.
일레온에게 있어 지금 중요한 건 한낱 대신들의 죽음 따위가 아니었기에.
어차피 이런 짓을 벌일 인간은 딱 한 사람이었다.
‘디트리히.’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일 거라는 걸 알고, 또 한 번 경고를 날린 것이겠지.
검도 안 쓰고 죽인 걸 보면, 실로 미친 재능이 아닐 수 없다.
아서의 살해방식을 똑같이 모방하고 있지 않나.
‘대체 뭐 하는 놈이지?’
일레온이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벽안이 얼음처럼 차가운 빛을 띠는 걸 본 대신들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롤토토 느꼈다.
“시신에게서 뭐 나온 게 없나.”
일레온이 기사에게 말을 툭 내뱉었다.
“네, 안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음.”
일레온은 피곤한 눈가를 짓눌렀다. 최근 들어 스타토토 급격히 사라지고 있었다.
이런 하찮은 죽음 따위에 제 시간을 할애하는 것조차 아까웠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하나같이 무능해서 짜증이 났다.
‘이런 건 알아서 처리 좀 하지.’
대신들을 물갈이할 필요성을 느낀 일레온은 마음에도 없는 소릴 지껄였다.
“시신들을 좋은 곳에 안장해주거라. 황궁 대신들의 격을 이 이상 낮추게 할 순 없으니.”
“알겠습니다. 폐하.”
기사가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대신들은 각자의 홀덤사이트 돌아가라. 온라인홀덤 마무리되는 대로 알려줄 터이니.”
“폐하! 감사합니다. 우리는 폐하만 믿고 있겠습니다.”
대신들이 거듭 감사해하며 물러갔다.
대신들의 뒷모습을 보는 일레온의 눈썹 사이가 좁혀졌다.
만약, 자신이 일전의 죽은 황제처럼 여색을 밝히고 해야 할 일을 아무것도 안 하는 쓰레기였더라면 대신들이 이렇게 뭔가를 부탁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대신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걸 본 일레온은 자신의 궁으로 돌아갔다.
일레온이 제 보좌관에게 말했다.
“대신들을 쓸 만한 이들로 채워 넣어라.”
대신들의 물갈이는 단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리고, 칼립소 공작을 당장 내 홀덤사이트 데려와라.”
* * *
황제의 알현실.
일레온은 단상에 있는 황금 의자에 몸을 비스듬히 걸치고 있었다. 온라인홀덤 등 뒤로는 무수히 많은 그림자가 일렁였다.
그림자의 정체는 일레온을 상시 보필하는 수하들이었다.
곧, 검은 갑옷 차림의 디트리히가 알현실에 들어왔다.
흑단처럼 검은 머리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일레온이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건 디트리히의 저 붉디붉은 눈이었다.
속을 알 수 없는 눈.
무엇에도 관심 없는 듯한, 건조한 눈.
속이 훤히 내다보이는 다른 이들에 비해 도저히 저 인간만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최 읽히지 않더랬다.
그래서 공작위를 준 게 화근이었다.
‘빌어먹을 호기심.’
체스판에도 없던 말이, 꾸역꾸역 기어 올라오는 것에 대한 흥미.
호기심에서 비롯된 흥미는 이제 제 목을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공작위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허울뿐이라도, 영지 하나 갖지 못했더라도, 자신이 쥐여준 그 공작위로 인해 디트리히는 공작으로 불리게 되었다.
일레온은 단상 아래의 디트리히를 쳐다보았다.
“왜 그랬지?”
일레온은 디트리히에게 다짜고짜 그렇게 물어왔다.
“무얼 말씀하시는 겁니까?”
디트리히의 반문에 일레온의 심사가 뒤틀렸다.
“공작은 내가 바보인 줄 아는가?”
“저는 폐하께서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일레온은 팔걸이에 턱을 괸 채 입가에 비소를 머금었다.
“아서의 행동을 똑같이 모방했다 하여, 네가 한 짓임을 이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일레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대의 공작위를 오늘부로 박탈하겠다. 내가 준 것이었으니, 지금 가져가도 불만은 없겠지.”
“……초조하십니까?”
디트리히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순간, 일레온은 말문이 막혔다.
디트리히의 말 때문에 막힌 게 아니었다.
늘상 건조했던 붉은 눈에는 이전에는 못 보던 감정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온, 평화.
바람 한 점 안 부는 잔잔한 물결 같은 눈.
디트리히는, 일레온이 평생 갖고 싶어 했어도 손에 넣지 못한 것을 어느새 가지고 있었다.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평온함.
그건 예언을 신봉하는 일레온이 평생 갖지 못할, 갈망하지만 영원히 손에 넣지 못할 것이기도 했다.
“제 존재가, 폐하께 이제 와서 위협이 되는 겁니까?”
디트리히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
“오늘 같은 일이 없더라도, 조만간 제 공작위를 박탈할 생각이셨던 게 아닙니까.”
평온한 얼굴의 디트리히와 반대로, 일레온의 얼굴은 처참히 일그러져만 갔다.
“나를 능멸한 죄로 공작위 박탈에 이어, 그대의 황실기사단장직도 박탈해야겠나.”
일레온의 잇단 발언에도 디트리히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무엇을 그리 두려워하십니까. 폐하.”
빼앗는 자와, 빼앗기는 자.
두 사람 중 정작 빼앗는 자는 두려워하고, 빼앗기는 자는 평온했다.
디트리히의 말대로, 일레온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두려움은 일반적인 공포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일레온은 두려움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았다.
“저를 통해 대체 무엇을 보고 계시는 겁니까.”
위에서 아래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듯한, 피처럼 새빨간 눈.
저 눈을 보자, 초대 그레드릭 공작에게 전해진 예언이 떠오른 까닭이다.
캄캄한 어둠 속, 붉은 눈을 한 악마가 보인다.
그의 앞에선 제아무리 명줄이 긴 자라 하더라도 죽음을 면한 자가 없더라.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모든 걸 집어삼켜 기어이 멸망을 불러일으키리라.
악마의 체액은 다 죽어가는 자를 낫게 하니 만병통치약이라.
여태, 그 예언을 해석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실제로 붉은 눈을 가진 자는 디트리히 이전에도 꽤 있었으나 그들에겐 아무런 능력도 없었다.
모든 예언은 비유로 이루어져 있으니 예언 속 붉은 눈이, 진짜 붉은 눈을 가진 이를 상징하진 않을 거라 확신한 일레온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야, 일레온은 그 예언이 이루어졌다는 걸 깨닫고야 말았다.
“네가…….”
일레온의 벽안이 매섭게 번득였다.
“네가 감히.”
디트리히는 모두를 속였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죽은 황제조차 디트리히에게 치유의 권능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죽었을 것이다.
그는 일레온의 체스판 위에도 없던 말이 아니었다.
디트리히는, 처음부터 일레온의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것이 늘 냉철하던 일레온의 이성을 완전히 잃게 만들었다.
장장 10년이라는 시간이었다. 디트리히가 황제의 미친개로 살아가며, 기어이 이 아벨론을 멸망시키기 위해 바닥에 납작 엎드린 세월이.
일레온은 디트리히가 황제의 미친개인 ‘척’ 구는 건 알았으나 그것이 일레온 자신을 속이기 위한 연출이었음은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네놈이 나를 일부러 황위에 앉힌 것인가.”
디트리히는 일레온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황태자가 죽고 나서, 부러 반역을 일으키지 않았던 게 나를 황궁에 붙잡아두기 위함이었나. 내가 영지에 내려가지 않게 하기 위한, 네 계산 안이었던가.”
일레온이 실소를 흘렸다.
짙은 패배감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듯했다.
고작 저런 놈한테 휘둘렸다니.
일레온이 핏발이 선 눈으로 등 뒤에 서 있던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저놈을 당장 결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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