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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굴비
작성일24-04-22 16:14 조회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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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의 아내에게 대모가 되어 주기로 했다고?”

아그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모님 일찍 여의고 할머니하고만 살아서 의지할 데가 없는 아이더라고요. 앞으로도 이런저런 일이 많을 텐데, 남도 아니고 도와줄 수 있는 귀족 어른이 있어 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요.”

“…….”

그런 것이야, 곁에서 도와줄 수 있는 친절하고 지혜로운 귀족 여성을 조언자로 보내 주는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다. 보통 그렇게 하기도 하고.

이미 포드에서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이사벨 스타토토사이트 보내 준 것 같던데.

이미 황실의 가장 나이 많은 어른이 된 아그네스였지만, 클레멘스에게는 세상 떠난 친구가 부탁한 수양딸 같은 존재였다.

그녀의 모친인 선황후 다프네가 아그네스를 가졌을 때부터 그녀가 태어나는 것, 롤토토사이트 것을 모두 지켜본 클레멘스에게는 어려서 어미 잃고, 아비 잃고, 남편까지 일찍 보낸 가엾은 아이였다.

가족들이 연이어 세상 떠나 아무에게도 정 주지 않는 습관도, 남편 보낸 뒤 온갖 구혼을 거절하느라 쌀쌀맞아진 성격마저도 안쓰럽게 여겼기에, 교황은 잘 자라준 딸을 보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랬구나. 잘했네.”

아그네스가 다정해졌다더니…….

이래저래 그 레이나라는 아이 사연이 복잡하고 딱하다는 이야기를 길게 듣기는 했다.

그래도 아그네스는 가족에게나 타인에게나 정을 많이 주는 편은 아니었기에 뜻밖의 일이었다.


“마음 많이 썼구나. 아서도 고마워하겠어.”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에요.”

당연하기는.

아이도 아닌 결혼한 성인에게 새삼 대모가 되어 주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특히 조카의 아내에게 저 쌀쌀맞은 아그네스 황녀가 대모가 되어 주다니.

그러나 아그네스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서가 제 조카라 레이나를 양녀 삼을 수는 없으니 교단의 힘이라도 실어줬으면 싶은데요, 대녀에게도 교단의 비호를 제공해 주실 수 있나요?”

“……?”

교황이 눈을 껌벅였다.


“교단의 비호?”

“네. 고위 성직자가 요청하면 교단의 비호를 자녀나 가족에게 적용해 롤베팅 법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

교황은 골똘히 기억을 떠올렸다.


“그건……. 아마 친자녀에게만 될 거다만?”

그런 법이 있기는 했다.

수십 년 전, 영향력 있는 고위 성직자를 정치적 이유로 핍박하거나 강제로 협력시키기 롤배팅 성직자를 협박하거나 그들의 가족에게 무고죄를 씌워 겁박하는 일이 많이 일어나던 시절이 있었다.

고위 성직자가 그러한 정치적 핍박이 염려되어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혹은 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성직자의 가족은 교단이 비호한다는 법이 생긴 적이 있었다.

루사익이 황실이 된 이후론 교단과 제국의 관계가 좋아 그런 충돌은 없어진 지가 오래되었지만, 황제와 영주들이 인정한 교단의 정당한 권리였고 귀족도 무시할 수 없는 율법이었다.

하지만 교단의 힘을 사적 무력으로 사용하게 할 순 없으니 아무에게나 교단의 비호를 해 주지는 않았다.


“네. 그래서 교황 성하를 찾아온 거예요.”

“…….”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면 제가 이미 그렇게 했으리라는 말인가?

심지어 아그네스는 된다면 양녀 삼을 것도 고려했다는 스타베팅 말하고 있었다.

교황은 물끄러미 아그네스를 보았다.

그녀는 공명정대했으면 했지, 인정이 헤픈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애로운 마리아 황후에 비해 쌀쌀맞고 냉랭하다는 평을 받는 편이었다.

자신의 위치와 영향력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친조카인 카일의 대모는 되어 주지 않았으면서 사생아 논란이 있는 아서의 대모가 되어 준다면 무슨 해석의 여지를 주지 않겠느냐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아그네스가 뭐라고 했던가.

‘카일에겐 이미 대모와 대부가 여섯 명이고, 아서에게는 없습니다.’ 했다.

그리고 둘을 비교하지는 말라 했다.

각자에게 필요성이 없었고, 있었을 뿐이지 자신은 둘을 비교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그녀가 해 온 일에 어울리는 대답이었다.

아그네스는 의지할 데가 없는 다른 고아들에게도 종종 후원자가 되어 주거나 양부모를 찾아주었다.

그래도 그녀가 직접 대모가 되어 준 것은 아서뿐이라 나름대로 혈연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으며 특별 대우를 한다는 의미는 있었다.

그것은 아서를 보호할 수단일 수는 있어도 그녀 자신에겐 다소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위험이 있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마리아 황후와 나름의 거래를 했는지, 이야기가 다 되었는지. 아그네스는 짧게 해명하여 해결했다.


「그 아이가 자신에게 얽힌 소문으로 인해 피해를 받을 것 같아 안쓰럽다며 마리아 황후가 그래 달라 부탁했습니다.」

 
황후가 남편의 누이에게 그래 달라 부탁했다는데 감히 롤드컵토토 말을 보탤 것인가.

이런저런 말이 나올 소지는 원천 봉쇄되었다.

사람들은 두 분이 지혜로우시다며 물러나고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았다.

모두가 이익을 얻었다.

황제의 적장자를 낳고도 황제의 외도와 사생아 논란 때문에 황후가 충분히 자애롭지 못하다, 그 애가 불쌍하다, 역시 자기 이득이 걸려 있으면 정치적이고 능란하다며 좋지 않은 말들을 듣던 마리아 황후는 모호한 태도로 사생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너그러운 황후의 이미지를 챙겨 사람들의 입을 단번에 다물렸고, 아그네스는 황실과 척지지 롤토토 아서를 후원할 정당성을 얻었고, 아서는 마리아 황후의 묵인과 괜찮은 보호자를 얻었다.

무책임하게 침묵하고 있는 황제만 쓰레기가 됐다.


“…….”

아그네스는 그 후에도 아서를 각별하게 대우해 주지는 않았다.

언제나처럼 적당히 선을 긋고,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후원자였을 뿐.

그것도 아그네스답기는 했다.


“다 큰 성인이긴 하지만 의지할 데가 없는 아이고 아서의 아내이기도 하니 앞으로라도 챙겨 주려고 해요. 그래서 저의 대녀 자격으로, 교단이 제공하는 성직자의 비호를 그 아이한테도 해당이 되게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있나요?”

클레멘스는 얼마 전 그녀답지 않게 레이나의 사연을 스타토토 늘어놓으며 설명하던 아그네스를 떠올렸다.

그때는 아그네스가 오러 때문에 이미 갈라놓을 수 없게 된 그 둘 사이를 지지해 달라고 설득하느라 어울리지 않게 긴 이야기를 풀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그 애한테 맘이 쓰인다는 말이 정말이었나?


“후계자가 아니면 그건 안 된단다.”

“그럼 후계자로 삼으면 되나요?”

“…….”

교황이 물끄러미 그녀를 보다가 조금 의아한 듯 반문했다.


“……아그네스. 너, 나한테 말하지 않은 뭐가 있니?”

묻기를 조금 망설였지만, 아무래도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그네스는 오히려 그 질문을 기다리기라도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듯 미소 지었다.


“네, 제가 갚아야 할 빚이 있어서요.”

“으음? 빚? 어떤 사연인데?”

누가 황실의 가장 큰 어른인 펄 공작 부인에게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지울 수 있는데?

그러나 사연이라는 것이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아직은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나중에 알게 되실 거예요.”

클레멘스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내 나이가 몇인데 나중에 알게 돼? 주님 곁으로 가서 여쭤보라고?”

아그네스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와서 굳이 말씀드리잖아요.”

 

·
·
·

뚜걱, 뚜걱…….

지팡이가 땅을 짚었다.

오히려 ‘빚이 있어서’라고 하니 그동안 이해되지 않던 모든 아그네스의 행동이 이해되었다.

아그네스는 편애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빚을 갚아야 할 뭔가가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알아야 한다면 알려 주었을 것이고.

교황은 언제나처럼 마주치는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웃어주고, 축복해주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자신이 돌보아야 할 이들을 돌보았다.

황제를 끌어내리기까지 했으니 어깨에 남은 책임이 더 무거웠다.

교황은 평소보다 조금 더 피로감을 느끼고, 조금 더 가라앉아 있었다.

깊이 묻어 두었던 과거의 일을 다시 파 올린 탓인가.

이곳, 소교황청으로 돌아오면 언제나 가슴속에 구멍이 난 듯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예전에 있었던 사람들이 떠오르고, 하지 못한 속죄가 떠오르고.

침묵해야 했던 일들이 떠오르고.

내가 그때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까.

그들의 권리를 진작 되찾아 주었어야 했던 건 아닐까.

오랫동안 곱어 너덜너덜해진 회한들이 지나갔다.


“…….”

소교황청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던 사이 손님들이 머무는 침소로 이어진 복도와 길이 겹쳐졌다.

좁은 복도를 지나가며 후드를 눌러 쓴 노파와, 그 곁에서 노파를 보필하는 사람이 교황에게 묵례했다.

교황은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해 주듯 그들의 인사를 받아준 뒤 웃음 지어 주고 그들을 지나쳤다.


“…….”

그러나 몇 걸음 걷다가 어딘지 설핏 이상하게 이끌리는 기분에, 교황은 잠시 멈추어 뒤를 돌아보았다.

후드를 쓰고 묵례한 노파는 잠시 그를 돌아보았던 듯, 비스듬히 돌아보았던 듯한 자세를 되돌려 앞을 향하며 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

노파의 모습 뒤에 누군가의 모습이 겹쳐졌다.

아는 사람을 닮은 것 같았다.


“…….”

교황이 저도 모르게 입술을 달싹였다.

……소피나?

모두를 기억하고 있었다.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날 거기서 희생된 사람들.

그리고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단 한 사람.

황제가 ‘찾아내 죽이라’ 했던…….

하지만 끝내 찾아내지 못했던.


“…….”

아니. 아니지.

그녀일 리도 없거니와 설령 그녀라 한들.


“…….”

하지만 어떤지 단번에 움직여지지 않았다.


“…….”

교황은 시선을 떼지 못하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살아남아서, 어딘가에…….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찾지 않길 바라는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신성이 사라지고 저물어가는 시대였다.

* * *



“엉뚱한 데 화풀이하지 말아요! 당신 같은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려고 그래요!”

레이나는 마구 남자의 등에 주먹질을 했다.


“이 제국에, ‘미아를 잃은 당신’ 같은 사람을 얼마나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어요?!”

마구 말이 쏟아져나왔다.


“당신은 미아의 육신만 잃은 게 아니야. 그녀가 당신에게 남긴 마음과 정신을 모두 잃었어!”

그렇게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말하지 않고선 참을 수 없었다.


“누군가는 당신이 미아가 남긴 모든 거라고 생각하고 당신을 살리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당신 이렇게 세상을 피바다로 만들고 죽고 나서 나중에 미아 남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어요?”

“당신 무덤에 미아 남편 여기에 잠들다 라고 누가 써줄 수 있을까요?!”

“당신, 당신 비석에 남을 이름에 당당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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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遺志): 죽은 사람이 생전에 이루지 못하고 남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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