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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몽키
작성일24-02-19 19:08
조회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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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끼리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다 왔습니다.
다른분들도 후기를 보시고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흙은 대체 왜 자꾸 가져오는 거니?”
나는 릴리에게 물으며 침실 문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샤론을 불러들였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샤론이 침실로 들어오더니 릴리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머, 황녀님. 언제 들어오셨어요?”
샤론은 잠깐 자신이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자리를 스타토토사이트 사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고개를 숙였다.
릴리는 침실 근처에서 망을 보다가 그 틈에 침실로 들어온 거였다.
“그런 인내심과 치밀함이 공부할 때는 왜 발휘가 안 되는 걸까?”
“어머니. 인신공격은 삼가세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릴리는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닥치면 툭하면 저 소리를 해댔다.
“나도 너처럼 사실을 말한 거란다.”
내가 릴리가 했던 말을 돌려주자 말문이 막혔는지 콧구멍만 벌렁거렸다.
“샤론, 황녀 데리고 나가거라. 침실 앞에 경비를 더 강화해야겠군.”
리넬이 손가락으로 릴리를 가리키며 샤론에게 말했다.
잠깐, 벨로스를 밀어낸 새로운 인물이 누군지는 들어야지. 안 그래?
나는 손을 들고 외쳤다.
“릴리! 네가 결혼하겠다는 또래 남편감은 누구니?”
내가 질문하자 리넬이 옆에서 코웃음을 쳤다.
뭘 또 그걸 물어보냐는 표정이다.
“람스 황자님이요!”
릴리가 기다렸다는 듯 얼른 외쳤다.
“람스? 람스를 만났어?”
“네에.”
로지의 말이 맞구나.
람스가 이곳에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서 올 거라더니, 정말이네?
설마 그게 우리 릴리인가?
“그래. 마탑주보다 훨씬 낫구나.”
리넬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허락해 주시는 거죠?”
“반대할 이유는 없다만, 둘 다 아직 어려.”
“그래서요?”
릴리가 아직 손에서 흙을 놓지 않았다는 걸 깜빡한 리넬이 롤토토사이트 잘라 말하자 릴리의 눈에서 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손에서 흙도 같이 나오겠지…….
“그 생각이 18살 때까지 변하지 않으면 그때 다시 진지하게 국혼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보는데?”
“10년하고도 몇 달이나 남았잖아요!”
“결혼까지 하고 싶은 남자인데 그 정도도 못 기다려?”
리넬이 혀를 차며 물었다.
“가까운 곳도 아니고, 멀리 떨어져 있는데 너무 길다구요!”
“약혼은 미리 할 수 있지.”
릴리가 발을 구르며 샤론의 롤베팅 치맛자락을 잡고 늘어지기에 나도 모르게 말을 뱉었다.
그러자 릴리의 눈이 순간 번쩍했다.
“그럼 이번에 해주세요. 네? 시부모님들도 마침 와 계시니까요. 네?”
저런 말을 참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하네.
결혼이 뭔지 알고 하는 소린지.
내 입이 방정이다, 방정이야.
“릴리, 람스랑 얘기가 된 것이냐.”
그도 당황한 마음에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했다.
“됐겠어요? 조금 전에 처음 만났을 텐데.”
내가 복화술로 그에게 말했다.
“그럼 쟤는 대체 뭘 롤배팅 자꾸 결혼 결심을 하는 거야?”
“얼굴만 보는 거 같아요.”
릴리가 저렇게 벨로스를 단박에 버린 걸 보면 람스는 분명 잘 자란 게 확실했다.
“시부모님들과 정식으로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안 그러면 모이야한테 데려가 달라고 할 거예요.”
릴리가 한쪽 발을 대리석 바닥에 쿵쿵 내리치며 반협박 조로 말했다.
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만, 그분들이 널 마음에 들어 하실지 모르겠구나. 그렇게 손에 흙을 가지고 다니는 며느리는 난 반대할 거야.”
“어머니. 혹시 로지 황후께서 뭘 좋아하시는지 아세요?”
릴리가 재빨리 공손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알다마다.”
“뭘 좋아하시나요?”
“책.”
“……농담하시는 거예요?”
릴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이 세상에 좋은 게 얼마나 많은데 왜 하고많은 것 중에 책을? 책을 좋아하신대요?!”
“그게 왜 농담이니, 릴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로지 황후 폐하께서도 좋아하시고, 듣자니 아클라토 왕국의 테오와 마오도 책을 좋아한다더라.”
“어휴, 어린이들은 얼마나 놀 게 많은데, 어쩌다 어린 나이부터 책을…….”
릴리는 진심으로 쌍둥이 남매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큰일이구나. 로지 황후께선 책을 가까이하시는 분인데, 스타베팅 글도 다 깨치지 못한 며느리를 좋아하시겠니?”
“……진짜 그 때문에 절 싫어하시면 어떡해요?”
“싫어하진 않을 거다. 람스 황자와의 결혼을 반대할 뿐이지.”
리넬이 고소하다는 듯 자기 딸을 놀리며 즐거워했다.
“그, 그럼 어쩌죠?”
릴리는 곧 세상이 멸망하는 거처럼 표정이 굳으며 말까지 더듬었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어린아이네.
“당장 가서 글공부부터 해라. 또 모르지. 롤드컵토토 안에 글자를 다 깨우치면 어여삐 봐줄지도.”
“아버지 아니, 폐하!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글쎄다.”
리넬이 나 몰라라 하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자.
“그럼 역시…… 시부모님이 안 계신 마탑주님과 결혼하는 게 나으려나 …….”
릴리가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리넬의 이마에 핏대가 확 솟았다.
“딸아, 마음이 어떻게 그렇게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느냐. 두 분께서 반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자리는 마련하마.”
그가 한발 물러서며 약속했다.
“저는 그럼 흙을 좀 모아 둬야겠어요.”
……흙은 또 왜?
“서, 설마 두 분의 눈에 흙을 뿌리려는 건 아니지?”
“…….”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니 그럴 작정인가 보네.
“반대하시면요.”
릴리가 조용히 대답했다.
맙소사. 머리가 아파져 왔다.
“릴리, 만일 그랬다간 결혼은커녕 파트샤 제국과 전쟁을 할지도 모른다. 행여나 그런 짓은 절대 하지 마라.”
리넬이 신신당부했고, 릴리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약속하신 거예요! 꼭 자리를 마련해 주셔야 해요!”
“오냐.”
리넬은 두통이 온다며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샤론, 릴리 좀 끌어내.”
나는 얼른 롤토토 뒷덜미를 주무르며 샤론에게 명했다.
***
한편 응접실에서는 벨로스를 둘러싼 영애들 간의 경쟁이 치열했다.
벨로스는 오늘부로 리넬을 조금 좋아하게 될 것 같았다.
진짜 모습은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다들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들도 고왔다.
오늘 응접실에서 함께 담소를 나누는 영애들은 총 5명이었다.
리넬은 벨로스에게 하루에 다섯 명씩 일주일 동안, 이런 시간을 갖게 될 거라고 했다.
내가 밉지도 않으신가?
벨로스는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벌써 7년 전 일이지만, 자신이 리넬 황제에게 무슨 짓을 했던가.
젤다에 관한 기억을 잃게 하는 포션을 마시게 했다.
물론 록사나의 협박과 계략에 의해 벌인 일이긴 했지만, 목숨 걸고 반대했다면 쉽게 진행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 당시엔 벨로스 자신도 젤다를 반려로 맞이하려던 헛된 꿈을 꾼 시기라 욕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7년 전 젤다가 첫째 릴리를 출산하고 스타토토 지난 어느 날, 벨로스는 황제 부부를 앉혀 놓고 대륙 사냥 대회에서 록사나에게 의뢰받았던 일을 실토했다.
더 일찍 죄를 실토했어야 했는데, 그간 생각지도 못한 여러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적당한 때를 놓치게 됐다며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벨로스는 리넬이 내리는 처벌은 모두 달게 받을 생각이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는 다음 날 다시 얘기하자며 벨로스를 물렸다.
그날 밤, 벨로스는 한숨도 못 자고 밤을 지새웠다.
무슨 벌을 받을까 걱정돼서가 아니었다.
과거의 잘못으로 밀려드는 후회 때문이었다.
핑계겠지만, 더 빨리 죄를 말하지 못했던 건 젤다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였다.
그전에 페실리니가 출산하다가 목숨을 잃는 걸 직접 목격했기에 젤다가 받을 충격을 고려해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리넬에게 먼저 말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금실 좋은 부부이다 보니 그녀도 결국 알게 될 확률이 높았다.
긴 밤을 보내고, 다시 다음 날 오후에 황제 부부와 마주 앉았다.
리넬 황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짐이 그냥 지나갈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겠지?’
‘물론입니다.’
‘자넬 감옥에 처넣을 생각이야.’
‘예, 폐하.’
각오한 바라서 벨로스는 순순히 받아드렸다.
리넬의 근엄한 명령이 이어졌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장성할 때까지 주치의를 해.’
‘예에?’
‘여기. 라피온 황실이 자네에겐 감옥이 될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게 짐이 내리는 벌이야. 마탑은 지금처럼 로건에게 관리를 맡기고, 자네는 라피온 황실에 머물면서 우리 부부와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게.’
‘저를 그리 쉽게 용서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누가 용서한다고 했나? 꿈도 크군. 월급 같은 건 없어. 숙식만 제공할 테니 그리 알고.’
‘폐하…….’
‘휴가는 우리 가족 모두 아픈 사람 없이 건강할 때, 그때만 자네가 휴가를 갈 수 있어. 3일은 넘기지 않도록 해.’
황제의 표정과 목소리는 엄벌을 내리는 사람 같았지만, 자신이 지은 죄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정도로 가벼운 조치였다.
리넬은 말하는 내내 ‘벌’이라고 했지만, 그건 벌이 아니라 오히려 영광스러운 처우였다.
그날 벨로스는 눈물을 보였다.
젤다는 당황하며 벨로스를 위로했지만, 리넬은 벨로스가 우는 모습이 사람을 홀리는 요물 같다며 칠색 팔색했다.
그렇게 벨로스는 그날 이후 라피온 황실에 발이 묶인 채 7년을 살았다.
릴리와 마티어스는 다행히 아픈 곳 없이 잘 자라주었다.
아픈 곳이 없는 대신, 사고 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벨로스도 늘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황녀와 황자를 돌보는 유모들이 여럿 있었지만, 벨로스가 남매의 사고를 가장 많이 사고를 수습하고 다녔다.
벨로스는 릴리와 마티어스의 주치의이면서 호위 기사이기도 했고, 선생님이기도 했다.
그간의 노고를 리넬 황제가 알아줘서 오늘 이렇게 보답을 받는 게 아닐까, 벨로스는 생각했다.
7년 동안 아이들을 돌보며 지내오느라 이성에 대한 감정은 메마른 줄 알았는데, 아주 큰 착각이었다.
“그런데 몇몇 분들은 그전에 뵀던 거 같습니다만.”
벨로스가 영애들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
어제 릴리의 생일 파티에서 만난 건 아닌듯했다.
그보다 훨씬 이전에 본 얼굴들이었다.
영애들은 벨로스에게 역시 눈썰미가 있으시다며 웃음을 보였다.
“저희는 사실 예전 후궁 마마들의…….”
한 영애가 대표로 입을 떼려는 순간,
똑똑똑-.
응접실 문이 열리고 뜻밖의 인물을 들어 왔다.
“마틴스 폐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리넬 폐하께서 짐도 함께하면 좋을 거라 하셔서 와 보았네. 방해됐나?”
당연히 방해지. 그걸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벨로스가 눈으로 대답했지만, 마틴스의 시선은 이미 영애들을 향해 있었다.
영애들이 잠시 당황하다가 모두 일어나서 마틴스에게 예를 갖췄다.
상냥하게 말을 붙여주는 영애들 덕에 마틴스는 자연스럽게 함께 자리할 수 있었다.
벨로스에게 쏠려 있던 영애들의 관심이 순식간에 마틴스 쪽으로 기울어졌다.
마틴스가 자신이 왕이라는 권력을 슬쩍 내비치며 환심을 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불길한데?’
벨로스의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었다.
마음에 들었던 영애가 자꾸 마틴스와 눈을 마주치는 상황이었다.
위기감이 느껴졌다.
‘이대로 있다간 위험해.’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야 할 타이밍이었다.
벨로스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편안한 죽음을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분위기가 갑자기 싸- 해졌다.
‘이게 아닌가?’
말하고 보니 장의사의 영업 멘트가 돼버렸다.
애초에 마틴스가 방해하지 않았으면 뱉지 않았을 말이었다.
하지만 마틴스는 그 부분을 슬쩍 꼬집으며 공격을 해왔다.
“저는 서로 늙어가면서 살고 싶습니다. 한쪽만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어쩐지 슬프지 않겠습니까?”
마틴스 대공이 한 손을 왼쪽 가슴 위에 올리며 순수한 눈으로 말했다.
“폐하께선 아내가 늙으면 젊은 후궁을 들이시겠죠.”
이번엔 벨로스가 불쑥 끼어들었다.
벨로스의 반격이 먹혀들었는지 영애들이 술렁거렸다.
충분히 현실성 있는 얘기라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 이런 식으로 나오신다 이거지?’
마틴스도 벨로스를 곁눈질하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서로를 비방하기 시작했다.
나는 릴리에게 물으며 침실 문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샤론을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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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황녀님. 언제 들어오셨어요?”
샤론은 잠깐 자신이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자리를 스타토토사이트 사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고개를 숙였다.
릴리는 침실 근처에서 망을 보다가 그 틈에 침실로 들어온 거였다.
“그런 인내심과 치밀함이 공부할 때는 왜 발휘가 안 되는 걸까?”
“어머니. 인신공격은 삼가세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릴리는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닥치면 툭하면 저 소리를 해댔다.
“나도 너처럼 사실을 말한 거란다.”
내가 릴리가 했던 말을 돌려주자 말문이 막혔는지 콧구멍만 벌렁거렸다.
“샤론, 황녀 데리고 나가거라. 침실 앞에 경비를 더 강화해야겠군.”
리넬이 손가락으로 릴리를 가리키며 샤론에게 말했다.
잠깐, 벨로스를 밀어낸 새로운 인물이 누군지는 들어야지. 안 그래?
나는 손을 들고 외쳤다.
“릴리! 네가 결혼하겠다는 또래 남편감은 누구니?”
내가 질문하자 리넬이 옆에서 코웃음을 쳤다.
뭘 또 그걸 물어보냐는 표정이다.
“람스 황자님이요!”
릴리가 기다렸다는 듯 얼른 외쳤다.
“람스? 람스를 만났어?”
“네에.”
로지의 말이 맞구나.
람스가 이곳에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서 올 거라더니, 정말이네?
설마 그게 우리 릴리인가?
“그래. 마탑주보다 훨씬 낫구나.”
리넬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허락해 주시는 거죠?”
“반대할 이유는 없다만, 둘 다 아직 어려.”
“그래서요?”
릴리가 아직 손에서 흙을 놓지 않았다는 걸 깜빡한 리넬이 롤토토사이트 잘라 말하자 릴리의 눈에서 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손에서 흙도 같이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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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은 미리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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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릴리의 눈이 순간 번쩍했다.
“그럼 이번에 해주세요. 네? 시부모님들도 마침 와 계시니까요. 네?”
저런 말을 참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하네.
결혼이 뭔지 알고 하는 소린지.
내 입이 방정이다, 방정이야.
“릴리, 람스랑 얘기가 된 것이냐.”
그도 당황한 마음에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했다.
“됐겠어요? 조금 전에 처음 만났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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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만 보는 거 같아요.”
릴리가 저렇게 벨로스를 단박에 버린 걸 보면 람스는 분명 잘 자란 게 확실했다.
“시부모님들과 정식으로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안 그러면 모이야한테 데려가 달라고 할 거예요.”
릴리가 한쪽 발을 대리석 바닥에 쿵쿵 내리치며 반협박 조로 말했다.
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만, 그분들이 널 마음에 들어 하실지 모르겠구나. 그렇게 손에 흙을 가지고 다니는 며느리는 난 반대할 거야.”
“어머니. 혹시 로지 황후께서 뭘 좋아하시는지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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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마다.”
“뭘 좋아하시나요?”
“책.”
“……농담하시는 거예요?”
릴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이 세상에 좋은 게 얼마나 많은데 왜 하고많은 것 중에 책을? 책을 좋아하신대요?!”
“그게 왜 농담이니, 릴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로지 황후 폐하께서도 좋아하시고, 듣자니 아클라토 왕국의 테오와 마오도 책을 좋아한다더라.”
“어휴, 어린이들은 얼마나 놀 게 많은데, 어쩌다 어린 나이부터 책을…….”
릴리는 진심으로 쌍둥이 남매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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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진 않을 거다. 람스 황자와의 결혼을 반대할 뿐이지.”
리넬이 고소하다는 듯 자기 딸을 놀리며 즐거워했다.
“그, 그럼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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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어린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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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다.”
리넬이 나 몰라라 하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자.
“그럼 역시…… 시부모님이 안 계신 마탑주님과 결혼하는 게 나으려나 …….”
릴리가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리넬의 이마에 핏대가 확 솟았다.
“딸아, 마음이 어떻게 그렇게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느냐. 두 분께서 반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자리는 마련하마.”
그가 한발 물러서며 약속했다.
“저는 그럼 흙을 좀 모아 둬야겠어요.”
……흙은 또 왜?
“서, 설마 두 분의 눈에 흙을 뿌리려는 건 아니지?”
“…….”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니 그럴 작정인가 보네.
“반대하시면요.”
릴리가 조용히 대답했다.
맙소사. 머리가 아파져 왔다.
“릴리, 만일 그랬다간 결혼은커녕 파트샤 제국과 전쟁을 할지도 모른다. 행여나 그런 짓은 절대 하지 마라.”
리넬이 신신당부했고, 릴리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약속하신 거예요! 꼭 자리를 마련해 주셔야 해요!”
“오냐.”
리넬은 두통이 온다며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샤론, 릴리 좀 끌어내.”
나는 얼른 롤토토 뒷덜미를 주무르며 샤론에게 명했다.
***
한편 응접실에서는 벨로스를 둘러싼 영애들 간의 경쟁이 치열했다.
벨로스는 오늘부로 리넬을 조금 좋아하게 될 것 같았다.
진짜 모습은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다들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들도 고왔다.
오늘 응접실에서 함께 담소를 나누는 영애들은 총 5명이었다.
리넬은 벨로스에게 하루에 다섯 명씩 일주일 동안, 이런 시간을 갖게 될 거라고 했다.
내가 밉지도 않으신가?
벨로스는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벌써 7년 전 일이지만, 자신이 리넬 황제에게 무슨 짓을 했던가.
젤다에 관한 기억을 잃게 하는 포션을 마시게 했다.
물론 록사나의 협박과 계략에 의해 벌인 일이긴 했지만, 목숨 걸고 반대했다면 쉽게 진행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 당시엔 벨로스 자신도 젤다를 반려로 맞이하려던 헛된 꿈을 꾼 시기라 욕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7년 전 젤다가 첫째 릴리를 출산하고 스타토토 지난 어느 날, 벨로스는 황제 부부를 앉혀 놓고 대륙 사냥 대회에서 록사나에게 의뢰받았던 일을 실토했다.
더 일찍 죄를 실토했어야 했는데, 그간 생각지도 못한 여러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적당한 때를 놓치게 됐다며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벨로스는 리넬이 내리는 처벌은 모두 달게 받을 생각이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는 다음 날 다시 얘기하자며 벨로스를 물렸다.
그날 밤, 벨로스는 한숨도 못 자고 밤을 지새웠다.
무슨 벌을 받을까 걱정돼서가 아니었다.
과거의 잘못으로 밀려드는 후회 때문이었다.
핑계겠지만, 더 빨리 죄를 말하지 못했던 건 젤다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였다.
그전에 페실리니가 출산하다가 목숨을 잃는 걸 직접 목격했기에 젤다가 받을 충격을 고려해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리넬에게 먼저 말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금실 좋은 부부이다 보니 그녀도 결국 알게 될 확률이 높았다.
긴 밤을 보내고, 다시 다음 날 오후에 황제 부부와 마주 앉았다.
리넬 황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짐이 그냥 지나갈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겠지?’
‘물론입니다.’
‘자넬 감옥에 처넣을 생각이야.’
‘예, 폐하.’
각오한 바라서 벨로스는 순순히 받아드렸다.
리넬의 근엄한 명령이 이어졌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장성할 때까지 주치의를 해.’
‘예에?’
‘여기. 라피온 황실이 자네에겐 감옥이 될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게 짐이 내리는 벌이야. 마탑은 지금처럼 로건에게 관리를 맡기고, 자네는 라피온 황실에 머물면서 우리 부부와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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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용서한다고 했나? 꿈도 크군. 월급 같은 건 없어. 숙식만 제공할 테니 그리 알고.’
‘폐하…….’
‘휴가는 우리 가족 모두 아픈 사람 없이 건강할 때, 그때만 자네가 휴가를 갈 수 있어. 3일은 넘기지 않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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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벨로스는 그날 이후 라피온 황실에 발이 묶인 채 7년을 살았다.
릴리와 마티어스는 다행히 아픈 곳 없이 잘 자라주었다.
아픈 곳이 없는 대신, 사고 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벨로스도 늘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황녀와 황자를 돌보는 유모들이 여럿 있었지만, 벨로스가 남매의 사고를 가장 많이 사고를 수습하고 다녔다.
벨로스는 릴리와 마티어스의 주치의이면서 호위 기사이기도 했고, 선생님이기도 했다.
그간의 노고를 리넬 황제가 알아줘서 오늘 이렇게 보답을 받는 게 아닐까, 벨로스는 생각했다.
7년 동안 아이들을 돌보며 지내오느라 이성에 대한 감정은 메마른 줄 알았는데, 아주 큰 착각이었다.
“그런데 몇몇 분들은 그전에 뵀던 거 같습니다만.”
벨로스가 영애들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
어제 릴리의 생일 파티에서 만난 건 아닌듯했다.
그보다 훨씬 이전에 본 얼굴들이었다.
영애들은 벨로스에게 역시 눈썰미가 있으시다며 웃음을 보였다.
“저희는 사실 예전 후궁 마마들의…….”
한 영애가 대표로 입을 떼려는 순간,
똑똑똑-.
응접실 문이 열리고 뜻밖의 인물을 들어 왔다.
“마틴스 폐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리넬 폐하께서 짐도 함께하면 좋을 거라 하셔서 와 보았네. 방해됐나?”
당연히 방해지. 그걸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벨로스가 눈으로 대답했지만, 마틴스의 시선은 이미 영애들을 향해 있었다.
영애들이 잠시 당황하다가 모두 일어나서 마틴스에게 예를 갖췄다.
상냥하게 말을 붙여주는 영애들 덕에 마틴스는 자연스럽게 함께 자리할 수 있었다.
벨로스에게 쏠려 있던 영애들의 관심이 순식간에 마틴스 쪽으로 기울어졌다.
마틴스가 자신이 왕이라는 권력을 슬쩍 내비치며 환심을 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불길한데?’
벨로스의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었다.
마음에 들었던 영애가 자꾸 마틴스와 눈을 마주치는 상황이었다.
위기감이 느껴졌다.
‘이대로 있다간 위험해.’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야 할 타이밍이었다.
벨로스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편안한 죽음을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분위기가 갑자기 싸- 해졌다.
‘이게 아닌가?’
말하고 보니 장의사의 영업 멘트가 돼버렸다.
애초에 마틴스가 방해하지 않았으면 뱉지 않았을 말이었다.
하지만 마틴스는 그 부분을 슬쩍 꼬집으며 공격을 해왔다.
“저는 서로 늙어가면서 살고 싶습니다. 한쪽만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어쩐지 슬프지 않겠습니까?”
마틴스 대공이 한 손을 왼쪽 가슴 위에 올리며 순수한 눈으로 말했다.
“폐하께선 아내가 늙으면 젊은 후궁을 들이시겠죠.”
이번엔 벨로스가 불쑥 끼어들었다.
벨로스의 반격이 먹혀들었는지 영애들이 술렁거렸다.
충분히 현실성 있는 얘기라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 이런 식으로 나오신다 이거지?’
마틴스도 벨로스를 곁눈질하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서로를 비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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