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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창희
작성일23-10-24 06:45 조회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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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필아, 저기 봐봐.”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보라의 표정이 마냥 밝지가 않다.

그곳에는 문콘부 장관 이호택이 정치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겉웃음을 짓고 있었다.

“여긴 왜 온 걸까? 혹시 석필이 네가 희망사항 작가라는 걸 알고 추궁하러 온 건 아닐까?”

“걱정 마. 그걸 알아챘을 리는 없을 거야. 지난번 황반장 아재 사건만해도 계속 헛다리만 짚었잖아.”

여기에 무슨 일로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마주할 때는 안전제일 작가로서 맞서야 한다.

게다가 나는 아군의 장수, 그는 적군의 수장이라는 입장으로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이런, 안전제일 작가님. 오랜만에 뵀습니다.”

내게 망신당한 이래로 나를 보는 눈빛에서 대놓고 경계심을 뿜어내는 이호택.

나는 그 눈빛에 그만 웃음이 픽 나올뻔했다.

“요즘 K-콘텐츠 기획은 잘 되십니까?”

“물론이죠. 제가 푸시하고 있는 희망사항 작가님의 활약이 대단하시거든요. 누구랑 다르게 휴재도 안 하고 말이죠.”

쪼잔하기가 그지없다.

이걸 농담이라고 하나.

“뭐, 슬슬 재연재를 시작해볼까 생각중이에요.”

“좀 더 쉬셔도 되는데요.”

“겁나세요?”

“하하. 제가요? 이런, 저를 너무 속 좁은 인간으로 보시는 거 아닌가요?”

속 좁은 거 맞으면서.

그런데 내게 접근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슬슬 그 속내를 긁어내볼까.

“지금 승부수를 던져서 희망사항 작가의 우위를 굳히셔야할 텐데요. 제가 연재를 다시 시작하면 무서운 경쟁 상대가 부활하는 거니까요.”

“안 그래도 그 대책은 완벽합니다. 이번에 잠든 안전제일 작가님을 영원히 잠들어버리게 만들 계획을 꾸리고 있죠.”

“그럼 그 계획에 대해 자랑하러 제게 오신 거군요? 장관님은 입이 가벼우시니까요.”

“하하. 여전히 거침없으시군요.”

아마 주변에 사람이 없었으면 쌍욕이라도 박았을 표정이다.

나도 그가 준비 중인 계획이 뭔지 궁금해서 엑셀을 과감히 밟은 측면도 있지만.

“올해 지구 최강 공모전. 거기 나와보시죠. 대상은 오로지 한 명. 최고의 작가가 누구인지 가려내봅시다.”

“희망사항 작가가 거기에 출전하리라는 확신이라도 있나요?”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희가 그렇게 만들겁니다.”

“으음. 돈이나 권력으로 움직일만한 작가가 아닐 텐데요.”

“마치 잘 아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극과 극은 통한다잖아요. 장관님은 모르는 탑 작가들만의 사고방식이 있거든요.”

이호택은 나를 떠보고 나도 이호택을 떠봤다.

서로 눈치를 보며 상대가 가진 정보를 갉아 먹으려는 총성 없는 전쟁.

우리 두 사람의 분위기가 어찌나 살벌했던지 근처를 멤도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였다.

“그건 차차 알게 되실 겁니다. 그보다 안전제일 작가님께서는 공모전 준비나 하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발등에 불이 떨어지셨을 텐데요.”

“제가 공모전에 안 나가면 그 계획은 말짱 도루묵 아닌가요?”

“피할 수 없을 겁니다. 도망칠 수도 없을 거고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거거든요.”

무슨 개수작을 부릴지는 몰라도 꿍꿍이가 있기는 한 모양이다.

실실 쪼개는 모습이 얄미워 주둥이를 한 대 탁, 때려주고 싶다.

“그럼, 저는 다른 분들께도 인사차 들러야해서요. 이만.”

유유히 걸어가는 놈의 등에다 보이지 않게 를 날려준 나는 샴페인으로 타는 목을 적셨다.

놈은 안전제일 VS 희망사항 대결의 결정적인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어느 쪽이든 이기는 건 나다.

멍청한 이호택은 그걸 모르고 있지만.

“이를 어쩐다.”

어떤 제안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작가 모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는 건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어느 작가를 이기게 만들지.

***

연회에서 돌아온 다음 날, 대니얼은 밤새워 준비한 새로운 각본을 들고 마이클과 장시간 회의를 펼쳤다.

땀과 침을 튀며 열심히 설명하는 대니얼의 열정은 대단했다.

듣기로는 2차, 3차까지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재벌들의 썰을 채록해왔다고 했다.

혹시 파파라치나 기자가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가드들에게 한 대 맞을 뻔도 했단다.

말은 안 했지만 험한 꼴을 당하긴 했을 것이다.

“열정 하나는 온라인홀덤. 나도 저랬었지.”

지망생 시절, 나도 저랬다.

하루 12시간을 글 한 자 한 자에 매달려 필사적이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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