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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빈목도
작성일23-05-18 17:07 조회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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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헤일린이 아는 브릭스턴이라면 그녀를 용서할 것이라 믿는다.

브릭스턴의 벌어진 입으로 약이 넘어갔다.

헤일린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이젠 돌이킬 수 없었다.

***

헤일린의 손에는 브릭스턴 말고도 많은 것들이 달려 있었다.

그중 하나는 이족에 관한 일이었다.

신전에서는 이족들에 대한 이단 표식을 철회했다.

더 이상 이족들을 핍박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이족들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니카.”

헤일린이 신문 기사를 예니카 앞에 밀어주었다.

예니카가 떨리는 눈으로 신문 기사를 응시했다.

뿌연 눈으로 보이는 것은 없었지만, 무엇인지 알만했다.

헤일린이 말을 이었다.


“신전의 공식 발표가 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이제 온 대륙 사람들이 이족들의 억울함에 대해서 알게 될 거예요.”

“…….”

“더 이상 이족들은 배척받아야 할 이단이 아닙니다.”

긴 세월, 핍박받았던 설움의 역사가 끝난 것이다.

예니카가 신문 위를 떨리는 손으로 더듬었다.


“……안 죽고 살아 있었던 이유가 이것이었나 봅니다.”

예니카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새로운 황제는 이족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약속했습니다.”

“새로운 황제라고 하심은……?”

“레니샤 로테라입니다. 아직 대관식을 치르지 않아 임시일 뿐이지만. 더 이상 레니샤를 대체할 이는 없으니까요.”

헤일린이 흐릿하게 미소 지었다.

곧 돌아온다던 레니샤는 황성에 뿌리를 내렸다.

기어이 약속한 일을 이루어낸 것이다.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겁니다, 예니카. 더 이상 이족들은 핍박 받지 않을 거고, 힐로샤인은…….”

헤일린이 태양의 붉은 빛에 물든 대지를 응시했다.

더 이상 황무지가 아니게 된 땅이었다.

사람들이 복작거리며 삶의 터전을 일구어 가고 있었다.

핍박과 설움의 역사를 털어낸 것은 힐로샤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렉서스의 억압은 전 대륙에 드리워져 있었다.

폭군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빛이 들어찼다.


“힐로샤인으로 황성이 이주해올 것입니다.”

헤일린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레니샤는 완전히 새로운 제국을 바라고 있어요. 옛것은 전부 버릴 생각이지요.”

예니카가 놀란 얼굴로 헤일린이 있는 쪽을 응시했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레니샤가 하는 일 중에 쉬운 일은 없었지요. 황제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였고요. 많은 피가 흘렀고, 황성은 썩어들어 가고 있습니다. 렉서스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축적되어온 독이 제도에 고여 있어요. 쇄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예니카가 손을 맞잡았다.


“그러면 우리는…….”

“이족들은 새로운 황제를 지지하고,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도운 종족으로 새롭게 도약하게 될 겁니다.”

헤일린이 편지를 내밀었다.


“레니샤 황제가 보낸 편지입니다. 여기에는 예니카가 알아야 할 것들도 적혀 있더군요.”

“…….”

“이족들은 힐로샤인을 지키고 폭군을 몰아내는 데 큰 공을 세웠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자격이 있는 자들에게 걸맞은 상을 내릴 것이니 황성으로 즉시 출발하라.”

헤일린이 느린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 주었다.

예니카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예니카께서 제도로 갈 인원을 추려 주셔야겠습니다.”

“……새로운 황제가 우리에게 작위라도 내린다는 뜻입니까?”

“그렇게 생각됩니다. 본디 대대로, 개혁이 있을 때 공신들은 작위와 땅을 수여 받았었지요.”

예니카의 눈꺼풀이 떨렸다.

복잡한 기분이었다.

더 이상 이족들은 독립적인 종족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결국, 이족들의 문화는 사라지고 히엔트리에 흡수되겠지.

도망자로 살았던 과거와는 다를 것이나, 어떤 면에서는 흡사했다.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레니샤는 지금 선택을 종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을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 이족들을 그녀의 아래로 흡수하려는 거였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압니다, 예니카. 레니샤는 부드러운 폭군이지요.”

헤일린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이것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카시우스 로테라 공작이 있는데 무슨 큰일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레니샤는 더 이상의 기회를 이족들에게 제공하지 않을 겁니다. 예니카, 과거를 잊지 마십시오. 히엔트리 또한 이족에게 죄를 지었으나, 반대로 이족들 또한 히엔트리에 빚이 있다는 사실을요. 레니샤는 그 모든 것을 잊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겁니다.”

예니카의 손이 꿈틀거렸다.

헤일린의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선조부터 내려온 이족들의 죄가 예니카의 발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사람을 골라 직접 제도로 가십시오.”

헤일린이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부탁드리는 게 아닙니다, 예니카. 당신과 이족, 그리고 힐로샤인을 위해서 명령하고 있는 겁니다. 힐로샤인의 임시 영주로서.”
이스포츠베팅 멀거니 헤일린을 보았다.

보이는 건 없지만 그녀에게선 어떤 적의도 느껴지지 않는다.


“……따르겠습니다.”

 

***

헤일린이 텅 빈 복도를 느린 속도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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