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카일란 왕국과 붕괴하는 던전(5)

던전이 안정화되었다는 말에 모두가 기뻐하기보단 도리어 침묵에 빠졌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서지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그걸 진우씨가 어떻게 아시죠?"

이는 본능적으로 이 순간이 김진우의 근원적인 능력과 관련되었다는 걸 알아차려서였다.

마법 계열, 강화계열, 회복계열, 순식간에 베테랑이 되어 능력을 휘두르는 김진우.

그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두에게 의문이었다. 단순한 능력이 아닌 무언가에서 비롯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태까지는 묻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진우였으니까.

선하고 강직한 사람.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던전의 붕괴를 알아차리고, 안정화되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수많은 의문이 겹치고, 던전의 붕괴와 안정화로 증폭된 순간 모두가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음을 느꼈다.

"..."

"..."

"..."

하지만 도리어 그 침묵에 정신을 차린 듯 김진우는 스타토토사이트 롤토토사이트 둘러보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일어날 줄 알았지만 하필이면 지금 일 줄이야···.

김진우는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머리를 굴리고, 일전에 생각해놓았던 이야기를 떠올려가며 문장을 구성한 후 입을 열었다.

"제가 계속해서 동굴을 뚫고, 무너트려 가며 마력을 퍼트려놓으신 건 아시죠?"

"네."

"던전이 붕괴하면서 마력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진동하고, 준동하는 포탈의 마력에 휩쓸렸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마력의 진동이 멈추더라고요.

제가 깨달음을 얻은 상태라 마력에 한 차례 예민한 상태라 더 롤베팅 롤배팅 알 수 있었기도 했어요."

청산유수처럼 쏟아진 말에 다들 잠시동안 침묵을 금치 못했다.

틀린 말이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그럴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의문점이 많이 남아있어서 그렇지.

"근데 오빠는 던전의 붕괴는 어떻게 빨리 알아차린 건데?"

그걸 알아차리고 캐묻는 홍아라. 둘이 넌지시 눈짓으로 말렸지만 홍아라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 일전에 건배 형님을 따라 던전이 붕괴하는 걸 지켜봤었거든요. 그때 보였던 모습이 지금과 아주 똑같았어요. 류승희 씨가 던전 붕괴가 일어나는 걸 대비해 자료를 넘겨주시기도 했고요."

"..."

그 말에 셋은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전의 말을 비롯해 정말로 김진우가 내뱉는 말은 '그럴 듯'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삼자가 봤다면 그렇구나 하고 넙죽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

이 짧은 시간에 저렇게 말을 꺼내놓는 모습에 셋조차도 '정말로 그런가?' 하는 생각이 한순간 들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김진우가 이전에 보였던 모습을 포함해, 오늘 보여주었던 모습을 생각하면 누구도 그렇다 할 수 없었다.

단순히 교육이나 직감을 뛰어넘어선···. 무언가를 김진우는 갖고 있었다. 셋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차릴 수 있었다.

흘긋. 흘긋.

[ 어떻게 할 거야? 저 오빠 더 캐물을 거야? ]

[ ... 난 모르겠는데. ]

[ 묻어줘. ]

[ 왜? ]

서지우가 홍아라를 보다 김진우를 스윽 쳐다봤다.

"언젠가 밝히시겠지. 괜히 비밀을 파헤치고 싶진 않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진우였으니까.

그라면 능력을 숨기고 있을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다. 홍아라는 스타베팅 롤드컵토토 이정현과 서지우는 좀 더 기다려줄 수 있었다···.

"무슨 비밀을요?"

"아. 오빠가 여자 좋아하는지 남자 좋아하는지 알고 싶다고요."

"그걸 왜요···?"

홍아라가 깔깔대며 자신을 가리켰다.

"이렇게 이쁜 나한테 여태까지 안 반했으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

"흠···. 그 정도인가?"

이정현과 서지우가 눈을 흘겨대자 홍아라가 주먹을 쥐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야 뒤질래?!!"

"응 내가 더 강해~"

"이게···. 동굴 안만 아니었어도 개패 주는 건데···!!"

김진우는 홍아라와 이정현이 티격태격하는 롤토토 스타토토 바라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다행히 크게 문제가 되기 전에 이야기를 수습할 수 있었다.

셋도 다 믿지 않는 기색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김진우는 내심 생각했다.

던전에서 포탈을 제어하려다 깨달음에 얻을 거라곤 자신도 몰랐으니까.

그 깨달음에 정신이 몽롱해져 그런 말을 내뱉을 줄 누가 알았을까.

이 셋이라면 능력과 진실을 말해도 받아들여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김진우는 역시 이르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내가 이 상황을 수습하거나 감당할 수 있을 때여야만 해.'

그게 아니면 버티지 못할 진실을 알려주는 무책임한 행동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김진우는 그런 상황을 이해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튼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뭘요?"

"던전이 안정화가 되었으니 보스 몬스터를 잡으실 건지, 아니면 빠져나오실 건지요."

"지금 던전 빠져나가면 성공으로 인정되나?"

"아니, 보스 몬스터를 잡고 포탈이 사라지는 게 조건이잖아."

"인정되지 않을 거예요."

홍아라는 입술을 물어뜯다가 턱을 괴며 말했다.

"... 젠장.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돌아갈 수 없지. 공략하자."

"나도 찬성."

"저도요."

"빼는 줄 알고 놀릴 준비 했는데."

"뭐래."

홍아라와 이정현은 다시 티격태격하다가 다시금 몬스터들이 만들어내는 진동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 다들 혼란스러울 때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기 적기였다.

넷은 곧바로 보스 몬스터를 향해 출발했다.

*

"으음. 이곳이 바로 하렌델 왕국인가."

"예. 그렇습니다."

카일란 국왕은 페르만을 비롯해 자신의 곁에 선 기사 둘을 응시했다.

일전에 부상으로 인해 휴식을 해야 했지만, 하렌델 왕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그럴듯한 전력을 유지하려면 기사를 대동하는 게 최선이었다.

상처 입은 기사 둘이라고 할지라도, 무작정 병사를 끌고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것보단 훨씬 나았다.

어찌 되었든 저쪽은 압도적인 전력을 갖고 있으니···.

터벅. 터벅.

"... 정말로 놀랍군."

카일란 국왕은 걸어가는 내내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풍년이 깃든 밀밭을 수확한 듯한 흔적과 저 너머에서 울려 퍼지는 수많은 울음소리와 양치기 개의 울음소리.

아름다운 성과 한 폭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폭포.

수레를 이끌고 움직이는 마을 주민들과 훈련하는 병사와 기사···.

자신들이 사는 왕국과 비교도 안 되는 절경과 풍경은 물론이고 잘 먹고 잘 훈련된 병사들이 훈련하는 모습은 기사들의 부러움과 위압감을 샀다.

'저 병사들이 훈련하는 건 고의일까? 아니면 때가 돼서 하는 걸까.'

카일란이 생각하기에 고의로 보여주는 훈련이라 느껴졌다. 저렇게 사절이나 사신을 초대해 자신들의 군사력을 보여주는 건 흔히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 앎에도 군사 훈련을 보여주는 건···.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폭력적이라 느껴졌다.

"오. 드디어 왔군!"

"경거망동 하지 말도록."

카일란 국왕은 유명한 악질 기사 알버트와 처음 보는 인상의 기사를 응시했다.

투구로 얼굴을 가린 탓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몸의 체격과 걸음걸이만으로 알버트와 비견되는 기사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그런 적이 어디 있다고?"

"넌 그럴 테니까. 조용히 하고 있도록."

알버트를 침묵시키는 걸 보면, 어쩌면 알버트보다 더 강한 걸지도 모르겠고.

"카일란 왕국을 다스리는 국왕 카일란이라고 하오. 이쪽은 기사 페르만···."

국왕 카일란은 자신들의 기사를 소개하고 난 이후 로렌스를 응시했다. 로렌스는 무뚝뚝한 눈길로 기사들을 바라보다 국왕을 향해 예를 갖추며 입을 열었다.

"하렌델 국왕 폐하를 모시는 기사단장 로렌스라고 하오. 지금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알현실로 안내해드리겠소."

"지금 국왕 폐하를 앞에 두고···!"

부상을 입은 기사가 무어라 지껄였지만 로렌스는 귓등으로 듣지 않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알버트의 조언을 귀담아들었기보단 로렌스에게 저런 약소국은 눈뜨고 지나면 망해있는 왕국에 불과했다.

굳이 예의를 차릴 이윤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카일란 국왕은 그것을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가신들이 저렇게 반말을 한다는 건, 이미 자신을 그 수준으로 보거나 곧 그렇게 될 것임을 알고 하는 소리였다.

'이미 우리를 가신으로 받아들일 생각을 했단 건가?'

그게 아니라면 페르만에서 융숭한 대접을 해줄 이유가 없기는 하지만···. 어쩌면 자원을 지원받아 굶주린 주민들과 빈곤한 병사들에게 음식과 무구를 지원해줄 수 있다면 봉신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카일란 국왕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곤 로렌스를 따라 고분고분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 알현실에 도착하자 국왕 하렌델은 두 팔을 벌리며 입을 열었다.

"어서 오시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소. 난 하렌델 왕국을 다스리는 국왕 하렌델이라고 하오."

"저는 카일란 왕국을 다스리는 왕. 카일란이라고 합니다."

따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두 명이 내뱉는 말의 어조만으로 상하관계가 잡히는 순간이었다. 그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주민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왕님의 이름과 왕국의 이름이 같은 겐가?"

"외우기 쉬운 것도 있지만, 작은 왕국일수록 왕 한 명의 카리스마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러니 바꿀 이유가 없지."

만약 카일란이 죽으면 카일란 왕국도 그대로 무너지는 셈이니 말이다.

"호오. 그럼 지금 폐하께서 저 왕국의 왕과 뭘 하시는 건가?"

"집사께서 말씀 하셨잖나? 모두 싸울 줄 아는 병사들인 만큼 전력을 늘리기 완벽할 거라고 말이야."

그 말에 카일란 국왕은 움찔거리며 하렌델을 응시했다. 하렌델이 뭐냐는 듯 바라보자 카일란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방금 그 말이 맞았다면 사실상 자신들을 어떻게 다룰지 이미 정해놓았다는 것 아닌가?

자신들이 뭘 해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서!

물론 주민들에게 다시 물어봐 제멋대로 곡해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면 달라졌겠지만, 일전에 카일란이 만든 착각 덕에 도통 물어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도리어 착각에 더욱더 빠지기만 할 뿐.

"혹시 어딘가가 불편하시오?"

그리고 하렌델의 말에 카일란 왕은 착각에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카일란 왕은 짙은 패배감을 느끼며 고개를 푹 숙였다.

"크윽···. 알겠소. 원하는 대로 따르리다. 그대의 봉신이 되겠소."

하렌델 국왕이 뭐냐는 듯 로렌스와 알버트를 포함해 집사를 응시했다.

알버트가 해준 말을 하렌델에게 전해주기도 전에 항복하는 모습에 당황한 건 집사도 마찬가지였다.

"... 대체 이게 뭔 상황이냐?"

*

"흐음~"

서강훈은 포탈에서 빠져나오던 몬스터들을 손가락으로 쓱쓱 그어 해치우다 말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우우우우-

자신의 예상대로 붕괴하고 있던 던전이 지금 이 순간 복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거나 극소수에 수렴하는 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서강훈은 던전 안에 누가 들어가 있는지 알았다.

김진우.

"처음은 우연, 두 번은 천운일 수 있지만 세 번은 실력이라는 말을 알고 있나?"

"아뇨. 처음 들어봅니다만···."

"당연하지. 내가 방금 지어냈거든."

서강훈은 얼떨떨하게 바라보는 경비원을 뒤로하고 몸을 돌렸다.

"좋아. 난 이만 가보도록 하겠네. 던전도 안정화되었으니 말이야."

경비원이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들어가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던전이 붕괴하다 멈췄더라도 아직은 위험할 텐데요."

"괜찮네."

"따님이 들어가신 것으로 압니다만···."

"괜찮아. 이제 슬슬 보스 몬스터를 잡고 나올걸세."

2시간 이내에 보스 몬스터와 마석을 정리하고 바깥으로 나오겠지. 수많은 던전을 공략하고, 넷의 실력과 성정을 파악하고 있던 서강훈에게 그리 어려운 예상이 아니었다.

저벅. 저벅.

"오히려 내가 도와줬다는 사실을 알면 싫증만 낼 거야. 그러니, 내가 왔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줄 수 있겠나? 아비가 팔불출이라는 사실은 알려주기 싫은지라."

"예!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서강훈은 지팡이를 매만지면서 아주 자그맣게 읊조렸다.

"미끼는 전부 뿌렸고, 원하는 걸 다시 한번 확인도 했으니 준비를 해야겠군."

서강훈은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그래. 단숨에 해결해야지. B급이 되었을 때 처리해버려야겠어."

어떻게 해도 빠져나갈 수 없게.

"후회할 일은 이제 만들지 않는 게 내 지론이라 말이야."

서강훈은 휘파람을 불면서 발을 바쁘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