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꼭 참고해 보세요.

따르르릉, 따르르릉.

얼룩덜룩 손때가 낀 회색빛 전화기가 무섭게 울렸다. 둔탁한 전화기가 자리를 이탈할 것처럼 벨 소리는 그칠 기미가 없었다.

마침 찬밥을 국에 말아 묵은김치를 손으로 쭉 찢던 복순은 못마땅한 기색으로 김치를 내려놓았다.

“밥 먹는데 누구야, 도대체. 점심땐 거 모르나? 밥때는 가려가며 스타토토사이트 해야지. X병, 아무 때나 전화질이야.”

김칫물이 든 엄지와 검지를 입으로 쭉쭉 빨아먹으며 복순은 전화기 앞으로 당겨 앉았다.

“여보세요?”

- 나예요.

“나가 뭐야, 나가? 나가 누군데? ‘나’라고 하면 다 아는 줄 알어? 뭔 전화를 이따위로 해싸?”

- 나라고요. 현정이. 하기야 쉽게 버렸던 딸, 몇 달 만에 목소리 잊는 거야 어렵지도 않지.

복순은 큼큼 헛기침하며 깔끄럽기만 한 입속에 음식물을 모두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잊기는. 하도 오랜만이라 그러지. 딸 맡겨 놓고 죽은 줄 알았다. 어떻게 된 애가 한 번을 안 들여다봐. 은서 많이 컸어. 근데 애가 말을 잘 못해. 총명하지 못한 건지, 엄마가 없어서 그런 건지.”

- 그런 말 하지 마요. 엄마 딸이지, 내 딸 아니야. 버린 거 주워다 놓고 왜 내 딸이래? 낳았어도 엄마 아닌 사람 많잖아. 모전여전 몰라요?

복순은 짙은 한숨을 푹 쉬고는 꼬불꼬불한 전화선을 말아쥐었다.

“왜? 딱 보니 은서 궁금해서 전화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참 돈도 떨어졌어. 애한텐 드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니야. 쪼그만 것도 입이 있다고 소시지만 잘 먹는다. 돈 있으면 오십 만원만 부쳐주고.”

- 알았어요.

여느 때와 달리 선선히 답이 나오자 오히려 복순은 왜 이러는가 싶어 눈만 껌뻑였다.

- 엄마. 부탁할 게 있는데……. 이번에 나 좀 도와줘요. 별거 없고 무속인 하는 거 구경도 하고 좀 배우러 다녀봐요. 내가 돈 줄 테니까 여러 군데 다니면서 점도 좀 쳐보고. 그리고 신점 치는 사람 하나 내가 알아놨으니 제대로 배워놔요.

현정의 말을 묵묵히 듣던 복순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롤토토사이트 들었는지 되물었다.

“뭐? 무당질하라는 거야? 점쟁이가 되라는 거야? 텃밭에서 상추만 따도 어지러워 죽겠는데 롤베팅 나이에 그런 일을 어떻게 해? 그런 사기질 배워서 뭐 하게?”

- 사기? 뭐 그런 것 같긴 하네. 일단 배워둬요. 이유는 묻지 말고요. 엄마한테 해 될 일 없고 은서한테도 좋은 일이니까. 이 일 잘되면 나중에 내가 집 하나 새로 지어줄게. 알았죠? 난, 엄마만 믿어요. 그리고 이건 절대 새나가선 안 되는 비밀이에요.

그렇게 전화가 끊어졌다.

‘팔자에도 없는 사기꾼이 되라는 말인가. 해준 것 없는 어미라고 막 굴리려 드네. X놈의 지지배.’

그러다 복순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딸인데. 뭔 일인지 모르지만, 막지는 말아야지.

복순은 방바닥에 누운 어린 은서를 멍하니 바라보다 활짝 롤배팅 문밖으로 눈을 돌렸다. 날이 꾸물거리는 게 비가 올 것만 같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밥이고 뭐고 빨래나 걷자.”

복순은 초라한 상을 한쪽으로 밀고 마당에 스타베팅 빨랫감을 걷기 위해 일어났다.

* * *

그리고 1년도 더 넘은 어느 늦겨울. 곧 봄을 앞뒀던 그 어느 날.

그날은 순조롭기만 하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날이었다.

장현정이 사람 몇을 손님으로 꾸며 복순이 꾸민 법당을 드나들게 한, 그 몇 날, 며칠, 한 달.

홍지수는 여러 차례 직접 법당 근처를 오가며 복순을 지켜봤다.

제법 품위를 차린 손님이 드나드는 법당은 하루에 한 명만 손님으로 들인다고 했다. 홍지수는 장현정의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드나드는 손님 중 정, 재계 이름난 명사 그 누구 하나 없었으나 아직 거기까지 롤드컵토토 미치지 못한 탓이고 무엇보다 태백 보살이 그런 사람과 가까이하지 않는 것을 신조로 한다고 했다.

이곳저곳 떠돌며 고요히 신을 모시는 것을 제 숙명으로 여긴다는 말을 전하며 태백 보살은 처음엔 홍지수의 청을 거절했었다.

안달이 난 것은 홍지수였다. 보살의 말만 믿고 동쪽에서 온 생년월일까지 같은 여자아이를 찾았으니 의식을 꼭 치러달라며 읍소했다.

송복순은 마지못해 홍지수의 청을 받아들인다며 아이들을 데려오라고 했다.

그날이 오늘이었다. 그러나 그 연극은 막을 내리기 직전 문제가 생겼다.

시골, 그것도 겨울이라 칠흑같이 어두운 시간.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말라는 현정의 말에 송화마을로 이사한 지 롤토토 안 된 복순의 집으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여기요! 여기! 송 보살님!!”

거친 바람을 뚫고 들려온 것은 장현정의 외침이었다.

그 외침이 얼마나 다급했던지, 등골에 소름이 오르기도 전에 복순은 신을 대충 신고 달려나갔다.

“뭔 일이오!”

방 안에서 유지상이 놓고 간 물건들을 정리하던 최 기사도 퍼뜩 놀라 방문을 벌컥 열고 튀어나왔다.

“사고요! 사고가 일어났어요. 사모님이 다치셨는데, 피를 스타토토 흘려요. 의식이 없어요. 얼른 119 불러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 기사가 막 신발을 대충 구겨 신는데 현정이 옷자락을 냉큼 붙잡았다.

“기사님! 기사님은 119 부르셔야죠. 제가 다시 사모님께 가볼테니깐 홀덤사이트 구급차 불러요!”

최 기사는 안팎을 정신없이 갈팡질팡하다가 뭐라 중얼거리며 황급히 온라인홀덤 방으로 들어갔고, 현정은 사고가 난 곳으로 다시 뛰었다.

복순이 도착했을 땐 지수의 생명은 이미 빛을 잃은 뒤였다. 차갑고 적막한, 스산한 바람이 뺨을 치고 달아나는 암흑 속에서 홍지수 옆, 두 아이는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경찰과 구급차가 오는 동안, 송복순은 현정의 지시대로 아이들부터 집에 들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홍지수의 아들은 말 한 마디 못 한 채 쓰러졌다.

태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경찰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절호의 기회였다. 최 기사를 섭렵하는 것은 어렵지도 않았다.

온 우주가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 거라 현정은 그리 믿었다.

* * *

불호령이 떨어진 것은 며칠 후의 일이었다.

뺑소니 사고 처리로 매우 바빠 새벽에 들어오고 나가는 홀덤사이트 반복했던 온라인홀덤 회장은 그날따라 태하가 염려되어 일찍 퇴근했던 참이었다.

퇴근하자마자 곧장 태하의 방으로 들어간 권 회장은 힘없이 잠이 든 아들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늘 밝았던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은 파리했다. 안쓰러웠다.

“쯧.”

혀를 찬 권 회장은 태하의 옆에 앉아 이마를 애틋하게 쓸어내렸다.

“저녁은 잣죽을 먹었고 한 시간쯤 전에 잠들었습니다.”

“여전히 악몽을 꾸나?”

“꿈은 꾸는데 무슨 꿈을 꾸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사건에 대해서도 기억해낸 것이 없고?”

“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모양입니다.”

기대할 것이 없다는 말에, 권 회장은 이것이 잘된 건지, 아닌 건지 알 길이 없었다.

두렵고 공포스러운 기억에 빗장을 걸어 잠근 아들.

끔찍한 사고를 기억하지 못하길 바라는 마음이 반, 부디 기억해서 뭐라도 단서를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 반이었다.

“땀을 흘리는데. 닦을 것 좀.”

권 회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뒤채는 아들의 이마와 목을 공들여 닦았다. 그리고 잠옷의 단추를 풀고 어깨와 등을 닦는데, 간호사가 태하의 상태를 전하며 색다른 말을 했다.

“참, 견갑골 쪽에 문신도 잘 아물어가고 있습니다.”

그 말에 권 회장의 눈빛이 형형해졌다.

“그게 무슨 소리지?”

간호사는 고용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었다. 오히려 놀란 것은 간호사였다.

비밀 유지 각서를 쓰면서 태하에 대해선 다른 고용인들에게도 되도록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녀가 문신을 발견한 것은 첫날의 일이었으나 권 회장을 본 것은 지금의 일이었고. 그 문신은 당연히 권 회장이 새겼을 거라 믿었기에 입도 벙긋하지 않았던 참이다.

또한 권 회장은 매우 바쁘므로 태하의 상태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때만 연락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문신, 회장님께서 새겨주신 것 아니세요?”

그 말에 권 회장은 성마른 손길로 태하의 옷을 들추고 문신을 확인했다. 그의 눈이 분노로 일그러진 건 순식간이었다.

“장 집사!”

울상이 된 간호사 대신 권 회장은 장 집사를 노려보았다.

“자네, 아는가?”

치마의 옆을 꾸깃 접으며 두려움에 떨던 장 집사는 권 회장의 두 번째 채근에 침대로 다가갔다. 옷이 들춰진 곳에 문신이 있었다. 새긴 지 얼마 안 된 벌긋벌긋한 글자가 눈에 크게 들어왔다.

이런, 지수가 진짜로 일을 벌였구나. 제정신 아니더니 기어이.

“네, 그것은…….”

장 집사는 지수가 문신에 대해 말한 적은 있으나 정말 새길 줄은 몰랐다고 제대로 고했다.

그리고 그 문신은 하은에게도 있다고 보태 말했다. 본 적은 없지만 그래야만 했다.

노기를 띤 권 회장은 그대로 방을 나섰다.

그 뒤 장 집사는 태하에게 있는 문신을 사진으로 찍어 타투이스트에게 건넸다.

진짜 하은에게는 어깨가 아닌 장골에 문신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전해 들었으나 권 회장에게 이른 말이 있으니 이미 손을 떠난 일이었다. 꼭꼭 숨기면 될 일이었다.

그러기로 송복순과 말을 맞췄다.

권 회장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하은을 서울로 불렀다.

연극은 끝났지만, 장 집사는 늘 무대 위에서 살아야 했다.

커튼콜은, 절대로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