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이용후기입니다. 너무나 좋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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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민정
작성일24-02-27 19:33
조회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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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컨디션도 괜찮고 즐거운 펜션의 느낌이였습니다.
가족들끼리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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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까지만 해도 겁먹고 그의 다리에 매달렸던 빨대까지 꽂아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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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끄러미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역시나 떠오르는 기억 같은 건 없었다.
그럼에도 고작 어린아이에게 시간을 내어주고 아이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스스로가 의문이었다.
“렌 대단합니다.”
그때 주스 한 컵을 모두 마신 테인이 활짝 웃었다.
웃을 때 인상이 확 변하는 아이였다.
“나쁜 납치범이 렌한테 한마디도 똑바로 못 했습니다.”
아이는 컵을 양손으로 잡고서 레오델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표정 하나 없는 레오델트가 무섭지도 않은지 참 해맑았다.
“나중에 선생님한테 말해주겠습니다. 렌 칭찬받아야 합니다.”
“……선생님?”
레오델트의 반응에 아이가 롤토토사이트 끔뻑였다.
다 큰 성인의, 그것도 겉이 멀쩡한 사내의 절박함이 어린아이에게 와닿을 리 없건만, 아이의 동그란 눈이 순식간에 젖어 들었다.
초면인 사람을 대하는 듯한 눈빛과 말투가 고스란히 전해진 탓이었다.
“렌, 정말 머리 고장 났습니다. 예전보다 더 심각합니다.”
“…….”
레오델트는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아이의 말이 맞다.
그의 상태는 심각했다.
조금 전 만남 이후, 그는 다홍색 눈동자만 떠올리면 가슴이 저릿했다.
그러다 누군가 그의 목을 조이는 것처럼 숨 쉬는 게 힘들다가도 돌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몸의 피가 전부 빠져나가 고인 핏물을 딛고 서 있는 기분이 반복되었다.
[……나는 당신이 망가졌으면 좋겠어. 내가 살아온 지옥이 당신을 괴롭혔으면 좋겠어.]
착실하게 망가져 가는 몸을 움직이는 와중에, 머릿속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녀의 바람 한 가지는 들어주게 되지 않겠는가.
착잡한 속내가 들끓는 와중에 테인과 롤베팅 마주쳤다.
언제 울먹거렸냐는 듯 코를 훌쩍인 아이는 씩씩하게 웃었다.
“또 머리가 고장 나도 괜찮습니다. 모르면 알려주면 됩니다. 저는 테인이고, 8살입니다. 또 비레나 누나의 동생입니다. 자랑스러운 할머니랑 누나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저의 선생님입니다.”
의미 모를 자기소개였다.
“렌은 기억 못 하지만 저는 렌의 의사 선생님입니다.”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테인이 자기 몸집만 한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래서 렌을 만나러 왔습니다. 저, 렌의 머리를 고치는 방법 많이 공부했습니다.”
아이가 가방에서 꺼낸 건 웬 푸른 물약이었다.
테인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렌은 저를 많이 믿어줬습니다. 똑똑한 의사 선생님이라고 칭찬도 많이 해줬습니다. 그러니까 렌을 위해 약을 만들어왔습니다.”
“…….”
‘렌’을 만난 후부터 지금까지 그를 위해 아이가 준비한 약이었다.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내면서 틈틈이 공부하고, 또 공부해 만들어 온 약이었다.
테인은 소파에서 내려와 레오델트의 롤배팅 걸어가 물약을 내밀었다.
“……내게, 준다고……?”
레오델트는 아이가 내미는 약병을 바라보며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
아이의 실력을 못 믿는다는 게 아니었다.
처음 보는 아이의 호의와 마음이 낯설다 못해 불편했다.
그 자신이 이렇게 순수한 호의를 받을 만한 사람이었던가.
“네 선생님은 알고 있나? ……내게 이런 약을 주는 거.”
아니, 애초에 이 만남을 허락이나 했을까.
레오델트의 눈매가 살짝 일그러졌다.
“네 선생님은 날…… 아주 미워하는데.”
미워하다 못해 싫어하고 증오하지 않던가.
레오델트의 자조적인 심경에 테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렌이 밉습니다.”
“…….”
“렌이 선생님 울렸습니다. 선생님 많이 아파했습니다. 스타베팅 두고 사라진 건 매우 나쁜 행동입니다. 할머니도, 누나도, 저도, 다 렌한테 화 많이 났습니다.”
또박또박 내뱉는 말이 매서웠다.
순수하기에 가장 날카로운 비난이었다.
“하지만 지금 렌은 아무것도 기억 못 하니까 혼낼 수 없습니다. 다 알고 혼나야 합니다.”
냉철하고 단호한 결론이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렌을 미워하지만 좋아합니다.”
“……!”
“그러니까 선생님이 행복할 수 있도록 제가 렌을 고쳐줄 겁니다.”
레오델트는 울컥 치민 감정을 두어 번 삼켰다.
목구멍이 답답했다.
“……원하지 않을 거다.”
반복되는 부정에 테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오델트는 쓰린 속을 느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내가 잘못을 많이 해서…….”
“잘못한 걸 알고 있습니까?”
알다마다.
그녀의 집을 태우고, 그녀에게 모욕을 주고, 오해해 상처까지 주었다.
잘못한 게 너무 많은데,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을 것 같아 두려웠다.
그때 그의 머리 위로 뭔가가 뻗어졌다.
테인이 까치발까지 들어 레오델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
아이에게선 희미한 약초 향이 풍겼다.
여러모로 그녀와 닮은 점이 많은 아이 때문인지 가슴이 조여왔다.
“렌은 반성하고 있습니다. 잘못을 반성하는 건 롤드컵토토 겁니다.”
반성하고 있나?
아니, 반성할 주제나 되나?
삐뚜름한 자조에도 레오델트는 테인의 손을 피하지 않았다.
감정을 알게 된 그는 이제 작은 위로의 손길조차 갈구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용서를 구할 수 있지?”
“기억을 찾으면 됩니다. 그럼 만회할 수 있습니다.”
“…….”
고개 숙여 시선이 내려가니 테인이 꼬옥 쥐고 있는 푸른 약물만 보였다.
과연 저 약을 먹는다고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
찾아도 되는 걸까.
찾으면 만회할 기회를 롤토토 수 있나.
절망 속에 있다 희망이 눈앞에 아른거리니 초조함과 함께 조급함이 밀려왔다.
“아! 지금 렌이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작게 탄성을 뱉은 테인이 손을 내려 레오델트와 눈을 마주쳤다.
“선생님 집 태워버린 나쁜 놈이 있습니다! 잡아야 합니다! 선생님이 렌 찾는다고 들어갔다가 크게 다쳤었습니다. 용서할 수 없는 나쁜 놈입니다!”
“……!”
청록색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선생님 죽을 뻔했습니다. 스타토토 옆에 없어서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러니까 렌이 잡아서 혼내줘야 합니다!”
분을 터트리는 테인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레오델트는 사색이 되었다.
더 떨어질 지옥이 남아 있던가.
“-주인님.”
들리지도 않았던 노크와 함께 제드가 휴게실로 들어왔다.
“이만 연회홀로 들어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황태자 전하께서 더는 못 버티실 것 같더군요.”
“…….”
레오델트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무거운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빤히 올려다보는 테인을 볼 용기가 없어 레오델트는 제드에게 눈짓했다.
“보호자가 연회홀에 있다. ……알리도록.”
그러곤 바로 나가려는데 그의 옷자락을 테인이 쥐었다.
“렌.”
“…….”
빌어먹게도 그는 이제 ‘렌’이라는 이름 하나에 약했다.
본명보다 더 무시할 수 없는 이름이었다.
“오늘 렌 만나서 너무 좋았습니다.”
눈조차 못 마주치는 겁쟁이에게 아이는 해맑았다.
“역시 렌은 렌입니다.”
“……나는, 렌이 아니다.”
그래, 이게 맞다.
그는 순수하고 맑은 아이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없었다.
주제도 모르는 나쁜 놈은, 혼자여야 맞았다.
“레오델트 그웬드힐. 그게 내 이름이다.”
매몰찰 정도로 아이의 손을 떨쳐낸 레오델트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테인은 레오델트에게 거부당한 작은 손과 그가 가져가지 않은 물약을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입을 꾹 다문 채 물약을 도로 가방에 넣었다.
대충 테인의 정체를 눈치챈 제드가 한숨과 함께 다시 문을 열 때였다.
마침 볼일을 끝내고 돌아온 게더스가 육중한 몸으로 들어왔다.
“하하하, 내가 늦은 건 아니겠지? 큼, 황궁이 워낙 넓으니 길을 찾기가 원…….”
“잘 만나셨나 봅니다.”
“으응? 아, 뭐, 그랬지.”
게더스가 아리스비얀을 만나기 위해 레오델트를 따라온 것은 딱히 비밀이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 전의 밀회 현장을 들킨 듯이 게더스가 찔린 표정을 지었다.
“별 얘기는 안 하고, 그냥 겁만 주고 왔네! 하하, 곧 정체가 까발려져 처형대에 오를 일만 남았다고 친히 알려주고 왔지.”
“예. 분은 좀 풀리셨습니까.”
“큼큼, 뭐 그랬지.”
제드가 믿는 척 넘어가자 게더스가 안심하며 시선을 돌렸다.
“저 아이는 뭐지?”
“후작님과는 상관없는 아이니 관심 홀덤사이트 않으시길 권합니다.”
“크흠…….”
묘하게 거슬리는 제드의 말에 게더스가 테인을 흘겨봤다.
게더스에게 경고한 제드는 황궁 시중인을 온라인홀덤 연회홀에 있다는 테인의 보호자에게 전언했다.
연회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 * *
연회홀로 막 돌아와 있던 샤르티는 로난 학자에게 황후와 접촉했음을 알렸다.
그에게 받은 금패를 사용했다는 말에 로난 학자의 광대뼈 부근이 실룩거렸다.
“암. 역시 어려울 땐 스승밖에 찾을 데가 없는 게지.”
샤르티는 한 귀로 듣고 흘렸다.
기분 좋아진 로난 학자 역시 샤르티가 자리 비운 사이 귀족파가 접촉해 왔다고 말했다.
첼로나르 백작가 대표로 왔으니 기 싸움이라도 벌이려는 수작이었다며 로난 학자가 코웃음 쳤다.
“백작님은 괜찮으시겠죠?”
“별일 있겠느냐. 스스로 미끼가 되겠다고는 해도 핏덩이같이 자식 두고 죽을 리 없다.”
로난 학자가 가볍게 목을 축이고는 샤르티를 흘겨봤다.
“정작 당장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누구를 걱정하는 겐지.”
“…….”
샤르티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는 길에 화장실에 홀덤사이트 창백하게 질린 얼굴 상태를 확인했었다.
“황궁에 들어와 매번 올려다보던 귀족들 사이에 있으니 두렵고 불안하더냐? 황후까지 만났으니 다리라도 후들거리겠구나.”
알 만하다며 로난 학자가 픽 웃었다.
“도망치고 싶을 때, 위기를 직면했을 때 가장 좋은 게 뭔 줄 아느냐?”
“어……. 진정제?”
“마음가짐이다!”
떼잉, 로난 학자가 떫은 눈으로 샤르티를 힐긋거렸다.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는 게지. 소중한 기억 말고, 사람 말이다. 그렇게 버티거라. 그 순간만 이겨내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각오로.”
“…….”
다홍색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입술을 꾹 깨물자 혀끝이 씁쓸했다.
“실례해요. 파트너 신사분만 괜찮다면 혹시 춤 신청해도 될까요?”
그때 누군가 샤르티와 로난 학자에게 다가와 불쑥 말을 걸었다.
라시비 복식을 한 젊은 사내였다.
그는 뉴이튼 제국식 인사와 함께 샤르티에게 손을 내밀었다.
“멀리서 바라보고 한눈에 반해버렸지 뭐예요. 그런데 사신단으로 와서 바로 교제 신청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말려서, 일단은 이런 식으로 가까워지려고요. 아, 내 이름은 칼리어드예요.”
“네, 네?”
처음 겪는 직설적이다 못해 유들유들한 화법에 샤르티가 당황해 눈을 깜빡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칼리어드는 싱긋 눈웃음을 지었다.
“춤 싫어요? 그럼 다른 식으로 친해질래요?”
“아뇨, 저기…….”
당황한 샤르티가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며 난감해했다.
그런 모습조차도 예뻐 보여 칼리어드의 눈웃음이 진해지려던 찰나였다.
“……으음? 혹시 약혼했어요? 아니면 교제하는 사람이라도? 그것도 아니면 스토커?”
“네?”
“모르면 됐어요.”
눈을 찡긋거린 칼리어드가 샤르티 너머로 온라인홀덤 시꺼먼 귀족을 힐끔거렸다.
샤르티에게 접근하자마자 곧장 날아와 꽂힌 매서운 눈빛의 주인이었다.
“몰랐는데 귀한 분인가 보네요. 여러 면에서, 탐나게.”
칼리어드는 저를 노려보는 그웬드힐 대공에게 피식 웃음을 날렸다.
샤르티에게 수작 거는 행동이 못마땅한 게 분명한데도 다가오지 못하는 겁쟁이를 상대로 물러날 이유가 없었다.
“난 이름 알려줬는데, 이름 안 알려줄 거예요?”
“저는…….”
적극적인 구애에 샤르티가 어쩔 줄 몰라할 때였다.
언제 다가온 건지 모를 황궁 시중인이 샤르티를 찾아왔다.
“잠시 실례합니다, 영애.”
정중히 예를 갖춘 시중인이 샤르티의 귀에 속닥거렸다.
생각지도 못한 테인의 존재에 샤르티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무슨 일이냐.”
로난 학자가 다가오자 샤르티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잠, 잠시 실례할게요!”
샤르티가 연회홀을 다급히 빠져나갔다.
노란 드레스가 연회홀을 나서는 동안 반대쪽 벽면에 서 있던 아리스비얀은 입술을 짓었다.
게더스가 말한 사생아의 존재 때문에 연회를 즐기기는커녕 불안감에 머리만 복잡해졌다.
그녀의 파리한 안색에 다르한이 다가와 챙겼다.
“미안해요, 후작님. 그간 신경 쓰는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몸이 좋지 않네요.”
“이런.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먼저 들어가 보겠어요?”
다르한이 짧게 그녀의 뺨에 입술을 문질렀다.
그렇게 아리스비얀을 먼저 보낸 다르한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다르한의 뒤로 그의 가신이 다가왔다.
“분명 누군가를 찾으라 했다고?”
“예. 전부 엿듣진 못했지만, 크노차프 후작이 언급한 존재에 영애께서 예민하게 반응하셨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다르한의 워커 스틱이 가볍게 바닥을 내리찍었다.
아무래도 지금 황궁 안엔 재밌는 존재들이 숨어든 듯싶다.
물끄러미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역시나 떠오르는 기억 같은 건 없었다.
그럼에도 고작 어린아이에게 시간을 내어주고 아이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스스로가 의문이었다.
“렌 대단합니다.”
그때 주스 한 컵을 모두 마신 테인이 활짝 웃었다.
웃을 때 인상이 확 변하는 아이였다.
“나쁜 납치범이 렌한테 한마디도 똑바로 못 했습니다.”
아이는 컵을 양손으로 잡고서 레오델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표정 하나 없는 레오델트가 무섭지도 않은지 참 해맑았다.
“나중에 선생님한테 말해주겠습니다. 렌 칭찬받아야 합니다.”
“……선생님?”
레오델트의 반응에 아이가 롤토토사이트 끔뻑였다.
다 큰 성인의, 그것도 겉이 멀쩡한 사내의 절박함이 어린아이에게 와닿을 리 없건만, 아이의 동그란 눈이 순식간에 젖어 들었다.
초면인 사람을 대하는 듯한 눈빛과 말투가 고스란히 전해진 탓이었다.
“렌, 정말 머리 고장 났습니다. 예전보다 더 심각합니다.”
“…….”
레오델트는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아이의 말이 맞다.
그의 상태는 심각했다.
조금 전 만남 이후, 그는 다홍색 눈동자만 떠올리면 가슴이 저릿했다.
그러다 누군가 그의 목을 조이는 것처럼 숨 쉬는 게 힘들다가도 돌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몸의 피가 전부 빠져나가 고인 핏물을 딛고 서 있는 기분이 반복되었다.
[……나는 당신이 망가졌으면 좋겠어. 내가 살아온 지옥이 당신을 괴롭혔으면 좋겠어.]
착실하게 망가져 가는 몸을 움직이는 와중에, 머릿속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녀의 바람 한 가지는 들어주게 되지 않겠는가.
착잡한 속내가 들끓는 와중에 테인과 롤베팅 마주쳤다.
언제 울먹거렸냐는 듯 코를 훌쩍인 아이는 씩씩하게 웃었다.
“또 머리가 고장 나도 괜찮습니다. 모르면 알려주면 됩니다. 저는 테인이고, 8살입니다. 또 비레나 누나의 동생입니다. 자랑스러운 할머니랑 누나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저의 선생님입니다.”
의미 모를 자기소개였다.
“렌은 기억 못 하지만 저는 렌의 의사 선생님입니다.”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테인이 자기 몸집만 한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래서 렌을 만나러 왔습니다. 저, 렌의 머리를 고치는 방법 많이 공부했습니다.”
아이가 가방에서 꺼낸 건 웬 푸른 물약이었다.
테인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렌은 저를 많이 믿어줬습니다. 똑똑한 의사 선생님이라고 칭찬도 많이 해줬습니다. 그러니까 렌을 위해 약을 만들어왔습니다.”
“…….”
‘렌’을 만난 후부터 지금까지 그를 위해 아이가 준비한 약이었다.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내면서 틈틈이 공부하고, 또 공부해 만들어 온 약이었다.
테인은 소파에서 내려와 레오델트의 롤배팅 걸어가 물약을 내밀었다.
“……내게, 준다고……?”
레오델트는 아이가 내미는 약병을 바라보며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
아이의 실력을 못 믿는다는 게 아니었다.
처음 보는 아이의 호의와 마음이 낯설다 못해 불편했다.
그 자신이 이렇게 순수한 호의를 받을 만한 사람이었던가.
“네 선생님은 알고 있나? ……내게 이런 약을 주는 거.”
아니, 애초에 이 만남을 허락이나 했을까.
레오델트의 눈매가 살짝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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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다 못해 싫어하고 증오하지 않던가.
레오델트의 자조적인 심경에 테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렌이 밉습니다.”
“…….”
“렌이 선생님 울렸습니다. 선생님 많이 아파했습니다. 스타베팅 두고 사라진 건 매우 나쁜 행동입니다. 할머니도, 누나도, 저도, 다 렌한테 화 많이 났습니다.”
또박또박 내뱉는 말이 매서웠다.
순수하기에 가장 날카로운 비난이었다.
“하지만 지금 렌은 아무것도 기억 못 하니까 혼낼 수 없습니다. 다 알고 혼나야 합니다.”
냉철하고 단호한 결론이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렌을 미워하지만 좋아합니다.”
“……!”
“그러니까 선생님이 행복할 수 있도록 제가 렌을 고쳐줄 겁니다.”
레오델트는 울컥 치민 감정을 두어 번 삼켰다.
목구멍이 답답했다.
“……원하지 않을 거다.”
반복되는 부정에 테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오델트는 쓰린 속을 느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내가 잘못을 많이 해서…….”
“잘못한 걸 알고 있습니까?”
알다마다.
그녀의 집을 태우고, 그녀에게 모욕을 주고, 오해해 상처까지 주었다.
잘못한 게 너무 많은데,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을 것 같아 두려웠다.
그때 그의 머리 위로 뭔가가 뻗어졌다.
테인이 까치발까지 들어 레오델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
아이에게선 희미한 약초 향이 풍겼다.
여러모로 그녀와 닮은 점이 많은 아이 때문인지 가슴이 조여왔다.
“렌은 반성하고 있습니다. 잘못을 반성하는 건 롤드컵토토 겁니다.”
반성하고 있나?
아니, 반성할 주제나 되나?
삐뚜름한 자조에도 레오델트는 테인의 손을 피하지 않았다.
감정을 알게 된 그는 이제 작은 위로의 손길조차 갈구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용서를 구할 수 있지?”
“기억을 찾으면 됩니다. 그럼 만회할 수 있습니다.”
“…….”
고개 숙여 시선이 내려가니 테인이 꼬옥 쥐고 있는 푸른 약물만 보였다.
과연 저 약을 먹는다고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
찾아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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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 있다 희망이 눈앞에 아른거리니 초조함과 함께 조급함이 밀려왔다.
“아! 지금 렌이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작게 탄성을 뱉은 테인이 손을 내려 레오델트와 눈을 마주쳤다.
“선생님 집 태워버린 나쁜 놈이 있습니다! 잡아야 합니다! 선생님이 렌 찾는다고 들어갔다가 크게 다쳤었습니다. 용서할 수 없는 나쁜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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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색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선생님 죽을 뻔했습니다. 스타토토 옆에 없어서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러니까 렌이 잡아서 혼내줘야 합니다!”
분을 터트리는 테인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레오델트는 사색이 되었다.
더 떨어질 지옥이 남아 있던가.
“-주인님.”
들리지도 않았던 노크와 함께 제드가 휴게실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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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히 올려다보는 테인을 볼 용기가 없어 레오델트는 제드에게 눈짓했다.
“보호자가 연회홀에 있다. ……알리도록.”
그러곤 바로 나가려는데 그의 옷자락을 테인이 쥐었다.
“렌.”
“…….”
빌어먹게도 그는 이제 ‘렌’이라는 이름 하나에 약했다.
본명보다 더 무시할 수 없는 이름이었다.
“오늘 렌 만나서 너무 좋았습니다.”
눈조차 못 마주치는 겁쟁이에게 아이는 해맑았다.
“역시 렌은 렌입니다.”
“……나는, 렌이 아니다.”
그래, 이게 맞다.
그는 순수하고 맑은 아이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없었다.
주제도 모르는 나쁜 놈은, 혼자여야 맞았다.
“레오델트 그웬드힐. 그게 내 이름이다.”
매몰찰 정도로 아이의 손을 떨쳐낸 레오델트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테인은 레오델트에게 거부당한 작은 손과 그가 가져가지 않은 물약을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입을 꾹 다문 채 물약을 도로 가방에 넣었다.
대충 테인의 정체를 눈치챈 제드가 한숨과 함께 다시 문을 열 때였다.
마침 볼일을 끝내고 돌아온 게더스가 육중한 몸으로 들어왔다.
“하하하, 내가 늦은 건 아니겠지? 큼, 황궁이 워낙 넓으니 길을 찾기가 원…….”
“잘 만나셨나 봅니다.”
“으응? 아, 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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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분은 좀 풀리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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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는 뭐지?”
“후작님과는 상관없는 아이니 관심 홀덤사이트 않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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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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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나르 백작가 대표로 왔으니 기 싸움이라도 벌이려는 수작이었다며 로난 학자가 코웃음 쳤다.
“백작님은 괜찮으시겠죠?”
“별일 있겠느냐. 스스로 미끼가 되겠다고는 해도 핏덩이같이 자식 두고 죽을 리 없다.”
로난 학자가 가볍게 목을 축이고는 샤르티를 흘겨봤다.
“정작 당장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누구를 걱정하는 겐지.”
“…….”
샤르티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는 길에 화장실에 홀덤사이트 창백하게 질린 얼굴 상태를 확인했었다.
“황궁에 들어와 매번 올려다보던 귀족들 사이에 있으니 두렵고 불안하더냐? 황후까지 만났으니 다리라도 후들거리겠구나.”
알 만하다며 로난 학자가 픽 웃었다.
“도망치고 싶을 때, 위기를 직면했을 때 가장 좋은 게 뭔 줄 아느냐?”
“어……. 진정제?”
“마음가짐이다!”
떼잉, 로난 학자가 떫은 눈으로 샤르티를 힐긋거렸다.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는 게지. 소중한 기억 말고, 사람 말이다. 그렇게 버티거라. 그 순간만 이겨내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각오로.”
“…….”
다홍색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입술을 꾹 깨물자 혀끝이 씁쓸했다.
“실례해요. 파트너 신사분만 괜찮다면 혹시 춤 신청해도 될까요?”
그때 누군가 샤르티와 로난 학자에게 다가와 불쑥 말을 걸었다.
라시비 복식을 한 젊은 사내였다.
그는 뉴이튼 제국식 인사와 함께 샤르티에게 손을 내밀었다.
“멀리서 바라보고 한눈에 반해버렸지 뭐예요. 그런데 사신단으로 와서 바로 교제 신청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말려서, 일단은 이런 식으로 가까워지려고요. 아, 내 이름은 칼리어드예요.”
“네, 네?”
처음 겪는 직설적이다 못해 유들유들한 화법에 샤르티가 당황해 눈을 깜빡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칼리어드는 싱긋 눈웃음을 지었다.
“춤 싫어요? 그럼 다른 식으로 친해질래요?”
“아뇨, 저기…….”
당황한 샤르티가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며 난감해했다.
그런 모습조차도 예뻐 보여 칼리어드의 눈웃음이 진해지려던 찰나였다.
“……으음? 혹시 약혼했어요? 아니면 교제하는 사람이라도? 그것도 아니면 스토커?”
“네?”
“모르면 됐어요.”
눈을 찡긋거린 칼리어드가 샤르티 너머로 온라인홀덤 시꺼먼 귀족을 힐끔거렸다.
샤르티에게 접근하자마자 곧장 날아와 꽂힌 매서운 눈빛의 주인이었다.
“몰랐는데 귀한 분인가 보네요. 여러 면에서, 탐나게.”
칼리어드는 저를 노려보는 그웬드힐 대공에게 피식 웃음을 날렸다.
샤르티에게 수작 거는 행동이 못마땅한 게 분명한데도 다가오지 못하는 겁쟁이를 상대로 물러날 이유가 없었다.
“난 이름 알려줬는데, 이름 안 알려줄 거예요?”
“저는…….”
적극적인 구애에 샤르티가 어쩔 줄 몰라할 때였다.
언제 다가온 건지 모를 황궁 시중인이 샤르티를 찾아왔다.
“잠시 실례합니다, 영애.”
정중히 예를 갖춘 시중인이 샤르티의 귀에 속닥거렸다.
생각지도 못한 테인의 존재에 샤르티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무슨 일이냐.”
로난 학자가 다가오자 샤르티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잠, 잠시 실례할게요!”
샤르티가 연회홀을 다급히 빠져나갔다.
노란 드레스가 연회홀을 나서는 동안 반대쪽 벽면에 서 있던 아리스비얀은 입술을 짓었다.
게더스가 말한 사생아의 존재 때문에 연회를 즐기기는커녕 불안감에 머리만 복잡해졌다.
그녀의 파리한 안색에 다르한이 다가와 챙겼다.
“미안해요, 후작님. 그간 신경 쓰는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몸이 좋지 않네요.”
“이런.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먼저 들어가 보겠어요?”
다르한이 짧게 그녀의 뺨에 입술을 문질렀다.
그렇게 아리스비얀을 먼저 보낸 다르한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다르한의 뒤로 그의 가신이 다가왔다.
“분명 누군가를 찾으라 했다고?”
“예. 전부 엿듣진 못했지만, 크노차프 후작이 언급한 존재에 영애께서 예민하게 반응하셨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다르한의 워커 스틱이 가볍게 바닥을 내리찍었다.
아무래도 지금 황궁 안엔 재밌는 존재들이 숨어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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